寒가위 … 명절 가정폭력 `위험수위'
寒가위 … 명절 가정폭력 `위험수위'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9.14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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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찰청, 작년 149건 접수 … 하루평균 37.3건
평상 시 대비 91.5%나 급증 … 해마다 증가 추세
명절 노동·비용-구직 잔소리 등 스트레스서 비롯
경찰, 21일까지 재발 우려 가정 279곳 모니터링

지난해 추석(9월 13일),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났다.

삽시간에 번진 화마가 집 밖으로 나올 기세를 보이자 아파트 주민 200여명은 건물 밖으로 긴급히 대피했다. 이 과정에선 31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즐거워야 할 추석을 악몽으로 만든 화재 원인은 다름 아닌 `방화'였다. 범인은 집주인 아들인 40대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가정 내 신변을 비관해 어머니가 사는 집에 들어가 불을 질렀다. 결국 현주건조물 방화치상 혐의로 기소된 남성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이 무색할 만큼 추석 명절이 가족 간 불화로 얼룩지고 있다. 가족이 한데 모인 자리가 불만 표출의 해방구로 전락한 탓이다.

대표적인 명절 부작용으로는 가정 폭력이 있다.

14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9월 12~15일) 동안 도내에서 접수된 가정 폭력 신고는 모두 149건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연휴 기간 하루 37.3건에 이르는 가정폭력이 일어난 셈이다. 평상시(평균 19.5건)와 비교했을 때 무려 91.5%나 증가한 수준이다.

추석 연휴 가정폭력 사건은 매년 느는 추세를 보인다. 2017년 일평균 27.3건을 기록한 뒤 2018년 27.8건, 지난해 37.3건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차마 가족을 신고할 수 없어 그냥 넘기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욱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정 폭력을 비롯한 불화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부부나 부모-자녀, 친족 사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원인 중 하나로는 `스트레스'가 꼽힌다. 일례로 지난해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성인 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8.2%가 `추석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는 △명절 노동·비용 △구직·진로·결혼·출산 관련 잔소리 △친지 간 소통 애로·충돌 등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스트레스는 곧 다툼으로 이어진다. 같은 해 또 다른 구인·구직 사이트가 한 설문조사를 보면 참여자 927명 중 33.3%가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와 다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매년 추석마다 되풀이하는 가족 간 불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상태다. 경찰까지 나서 명절 전 예방활동에 나설 정도다.

충북 경찰은 오는 21일까지 가정 폭력 재발 우려 가정(279곳)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에 들어간다. 점검 기간엔 △가정폭력·학대행위 발생 △피해자 보호시설·상담기관 연계 희망 여부 확인이 이뤄진다.

연휴 기간에는 여청수사팀, 112상황실, 지역 경찰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대응을 펼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가친척이 모이는 추석 연휴 기간에 일어나는 불화는 곧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평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선제 예방 활동으로 연휴기간 가족 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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