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임대주택 짓나" 곳곳서 '잡음'…불끄기 바쁜 정부
"또 임대주택 짓나" 곳곳서 '잡음'…불끄기 바쁜 정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8.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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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주민들 반발…청와대 게시판 성토장
발표 주체 정부·서울시 혼선…정책 신뢰 떨어져

파열음 계속될 경우 공급대책 동력 상실 우려도

전문가 "사전 협의 필요…개발 진행 어려울 수도"

"열심히 소통" "요구 담도록 상의" 고개 숙인 정부



50층 공공재건축, 신규부지 발굴 등을 골자로 한 수도권 13만2000가구 주택공급 대책을 둘러싼 잡음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지난 4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내 유휴부지 개발을 비롯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제도 도입 등을 통해 13만2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약 한달 가까이 심사숙고한 끝에 만들어 낸 대책이다.



그동안 수요억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 온 문재인 정부가 입장을 바꿔 대량 공급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발표 직후 곳곳에서 잡음이 속출하고 있어 이번 대책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공급대책에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의 성토장이 됐다.



한 청원인은 "인구 7만도 안 되는 과천시에 임대아파트를 4000가구나 짓겠다는 것이냐"라면서 "과천은 이미 중앙정부의 주택보급정책으로 그린벨트가 풀렸고 대규모 임대주택 수요를 감내했다. 부디 과천시민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달라"라고 적었다.



다른 청원인은 "이미 임대율이 40%가 넘어가는 상암동에 또 다른 주택을 밀어 넣어서 강남과 현저한 격차를 벌려서 낙후된 지역을 만들지 말아 달라"라고 했다.



주택 공급지로 지목된 지역구의 여당 인사들도 잇따라 반기를 들고 나섰다. 서울 마포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민들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나"라면서 "이런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가 밝힌 공급방안에는 마포구에 서부면허시험장 부지(3500가구), 상암 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상암 자동차검사소(400가구), 상암 견인차량보관소(300가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상암동은 이미 임대주택 비율이 47%를 차지하고 있어 추가로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집값 하락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항의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도 공식 성명서를 내고 "도시발전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정부과천청사 일대 4000가구 공공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1만 가구 미니 신도시가 들어서는 태릉골프장 인근 지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민주당 소속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공급대책 직후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또다시 1만 가구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발표는 그동안 많은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를 지역구로 둔 우원식, 김성환 의원도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태릉골프장이 일찌감치 개발지역으로 낙점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여론도 거세다. 그린벨트를 푸는 것도 문제지만 교통대책도 없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게 되면 극심한 정체에 시달릴 게 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상봉~마석구간에 경춘선 열차를 추가 투입하고 화랑로를 확장하고,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신설하는 등의 방안을 이번 대책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정부가 낙점한 개발 지역마다 주민 반발 등이 거세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지영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태릉골프장, 서울의료원, 용산정비창 등 입지는 상당히 메리트가 있지만 주민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 등이 있지 않을 경우 개발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주민들과의 협의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발표 주체 간 혼선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대책 발표날인 지난 4일 엇박자를 연출했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정부 발표 직후 자체 브리핑을 열어 "건물 높이에 대한 부분은 현재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라고 못 박았다.



2030 서울플랜은 주거용 건물은 용도지역과 입지를 불문하고 모든 곳에서 '35층 이하'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50층 층고 완화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서울 안에 중심성을 갖고 있는 지역인 경우에는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조정할 수 있는 도시계획 절차가 있다"며 진화에 나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35층 제한'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규제인 만큼 서울시 내부에서도 35층 규제 완화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박선호 차관은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앞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이번 공급대책의 효과를 내기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조해 나가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지난 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여당 의원·지자체장 반발에 대해 "주택단지를 개발하면서 그 안에 요구하는 것을 열심히 담아내도록 상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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