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매몰… 충북 과수화상병 급속 확산
늑장 매몰… 충북 과수화상병 급속 확산
  • 이선규 기자
  • 승인 2020.06.21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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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첫 매몰… 김경규 농진청장 소통문제 사과
올해부터 적용한 5% 이상 발생 신고 기준도 도마위
농민 “발견 즉시 매몰해야”… 농진청 매뉴얼 재점검
첨부용.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과수원에서 20일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2020.06.21. /뉴시스
첨부용.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과수원에서 20일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2020.06.21. /뉴시스

 

충북북부지역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과수화상병은 방역 당국의 늑장 매몰처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충주 과수농가에 따르면 지난 19일 산척면 송강리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를 찾은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농민들과 만나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뒤 첫 매몰까지 열흘을 지체한 것은 농진청, 충북도, 충주시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지역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 의심 신고가 무더기로 나온 것은 지난달 중순이었다. 그러나 첫 매몰은 지난 3일에나 이뤄졌다. 방역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세균은 충주·제천은 물론 도내 전역 과수원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농민 A씨는 “과수화상병이 생기고 매몰까지 20~30일이 걸린다”면서 “작년보다 더 빨라져야 하는데…과수화상병 세균을 국가 스스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농진청이 올해부터 적용한 `5%'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농민 B씨는 “과수원 사과나무의 5%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 때 신고하라는 방역 기준 때문에 말도 못 했다”면서 “그 사이 모든 사과나무가 감염됐고 농가는 망했다”고 호소했다.

농민 C씨는 “1~2그루에서 과수화상병 증세를 보이면 인접 다른 사과나무도 이미 감염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말도 안 되는 5% 신고 기준 때문에 과수화상병이 더 크게 퍼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청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 (신고 기준을)조금 바꿔 본 것이었다”고 해명한 뒤 “새로운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할 때 과수 농가 대표들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감염목을 발견하면 서둘러 매몰부터 해야 한다”면서 “5% 이상 기준을 계속 적용하고 피해 면적을 산정한다며 수십 일을 허비하면 올해와 같은 피해는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부지역 사과 주산지 충주의 올해 과수화상병은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과수원 297곳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76곳의 4배에 이르고 있다. 충주와 제천에서 시작한 과수화상병은 전날까지 도내 과수원 422곳으로 퍼졌다.

현실감 없는 신고 기준, 방역 당국의 늑장 매몰 명령 체계 개선과 함께 가축전염병 대응 기준과 같은 이동제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충주시 농업기술센터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벌 등 곤충에 의한 전염도 있겠지만 과수원 관련 인력과 장비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세균을 옮겼을 수 있다”며 “실제로 동일 소유자(경작자)의 과수원들과 같은 인력과 장비를 사용한 과수원의 감염 사례가 여럿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과수화상병은 세균병의 일종으로 사과나무나 배나무가 마치 불에 타 화상을 입은 듯 검게 그을린 증상을 보이다가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이 세균은 영상 30도 이상 기온이 오르면 활동량이 급격히 줄고 영상 35도가 넘으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계는 영상 40도까지 기온이 상승하면 과수화상병 세균이 소멸하는 것으로 본다.

/충주 이선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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