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고와 신문 `오탈자'
방송 사고와 신문 `오탈자'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5.28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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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1970년대 충북도내 한 방송국에서 라디오뉴스 첫 부분에 “짜장면 왔습니다”라는 중국집 배달원의 말이 나오는 방송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방송사고는 방송인 출신 이계진 전 국회의원의 저서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꾹'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 아나운서가 방송 전에 배가 고파 짜장면을 주문했지만 라디오 뉴스 시간이 될 때까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아나운서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뉴스를 준비했고, 그때 도착한 중국집 배달원이 곧바로 스튜디오로 들어와 “짜장면이 왔다”고 말한 것이 라디오 전파를 탄 것입니다.

방송은 생방송의 경우엔 언제든지 발생하는 사고를 피할 수 없고, 베테랑과 신참의 차이는 사고 여부가 아니라 사고에 대응하는 능력에서 나타납니다.



#저는 신문기자로 7년을 일하다 서울의 한 라디오방송으로 전직한 뒤 처음 맡은 업무가 뉴스PD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엔 라디오방송사 뉴스PD는 뉴스 진행과 함께 광고 편집도 병행했고 광고 소재는 광고주가 테이프로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뉴스PD와 편성국 PD가 번갈아 광고 3~4개가 담긴 테이프를 사용하면서 한 PD가 제가 맡고 있는 2시 뉴스 광고 소재를 반납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뉴스 도중에 급히 광고 소재를 찾았지만 급박한 순간에 편집한 타이어 광고가 광고주인 H타이어가 아닌 K타이어로 방송됐습니다.

이 사고로 제가 경위서를 썼지만 그 PD는 찾지 못했고 방송광고공사에서 광고 사고로 발생한 손해액에 대한 공문을 받게 됐습니다.

또 다른 방송사고도 뉴스PD로 일할 당시에 발생했습니다. 20분 뉴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앵커가 주요 뉴스를 진행하고 아나운서가 단신으로 방송 시간을 맞추게 됩니다.

하지만 단신을 읽어야 할 아나운서가 도착하지 않아 제가 그 아나운서를 찾으러 뛰어다니다가 결국 숨이 가쁜 상황에서 단신을 읽으면서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저와 아나운서가 경위서를 작성했지만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연달아 발생한 두 사고 모두 PD와 아나운서의 실수였는데도 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뉴스PD가 그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사전에 챙기지 못한 실수를 피할 수 없지만 젊은 시절엔 연대 책임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지방일간지와 중앙일간지를 막론하고 교열부가 없어지면서 오탈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 집권기 충북도내 일간지에 대통령이 한자로 `大統領'으로 인쇄돼야 하지만 직원의 실수로 견통령(犬統領)으로 인쇄돼 편집국장이 구속됐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민주화 시기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독재정권 시기엔 신문 오탈자로 편집국장이 구속까지 됐던 것입니다.

신문 오탈자 중 가장 좋지 않은 사례는 사람의 이름이 틀리거나 얼굴 사진이 뒤바뀌는 것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선 자신의 이름이 틀리고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신문에 나가게 되면 아무리 좋은 홍보기사라도 기분이 상하게 됩니다.

특히 그 기사가 비판기사일 경우엔 당사자와 독자들의 신뢰도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최소한 사람 이름과 사진은 꼼꼼히 살펴보기를 요청합니다.

/현대HCN충북방송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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