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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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4.22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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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장고의 총에 다리를 맞고 쓰러진 스티븐이 소리친다.

`하느님, 제발 저 망할 깜둥이놈을 죽여 주세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2012)는 1850년대 노예제가 폐지되기 전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노예로 팔려가던 장고가 현상금 사냥꾼인 닥터 킹 슐츠에 의해 풀려나고 수배범의 얼굴을 안다는 이유로 킹 슐츠와 동행을 하게 된다.

장고는 악덕 농장주 캔디의 집에 노예로 팔려간 자신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 현상금 사냥을 하면서 캔디를 찾아간다.

장고의 총에 맞은 스티븐은 캔디의 집사이다. 흑인인 그는 같은 흑인을 혐오하고 멸시하며 조롱한다.장고는 `피부색만 검은색인 늙은 구렁이'를 결국 심판한다.

이제 영화에서 빠져나와 프랑스로 들어가 보자.

2차대전 직후 드골은 나치 협력자에 대한 단호한 단죄에 나섰고 대다수 프랑스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드골은 나치 협력자 문제는 개개인의 과오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재확립, 군국주의자들과 그 공범자들 및 그 사상의 청산, 그리고 민족 반역자 청산문제라고 보았다.

사법 숙청은 약 35만명의 대독 협력 혐의자 가운데 12만명 이상이 재판에 회부되어 그중 약 3만여명이 유무기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부역자재판소에서 모두 6천여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정규 법정 밖에서 약식 처형된 이가 9천명이었던 데 비해 합법적으로 처형된 사람은 약 1500명이었다.

프랑스의 단호한 부역자 단죄를 살펴보며 그들과 달리 치욕스런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현대사가 떠오른다.

1910년 강제로 한일합방조약을 체결한 일제는 그해 10월 7일 대한제국이 망하는 데 큰 공을 세운 76명의 조선인들에게 공·후·백·자·남의 작위를 수여하고 은사금도 내려주었다.

이때 우당 이회영은 자신의 여섯 형제 일가를 모두 이끌고 만주로 가 독립운동을 펼치며 전 재산(현 시가 600억원 상당)은 물론 목숨까지 민족해방을 위해 바친다.

첫째 건영은 머나먼 중국땅에서 병으로 죽고, 가장 많은 돈을 보탠 둘째 석영은 빈민가를 떠돌다 굶어 죽고, 회영은 밀정의 밀고로 일본경찰에 붙들려 다롄경찰서에서 심한 고문 끝에 옥사했다.

이회영의 형제들이 대부분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일제를 찬양하고 참전을 권유한 이들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 이름을 올리고,독립군을 때려잡던 관동군 출신들은 대한민국 군대의 고위간부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한 국회의원은 3월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철없는 친일 프레임에 집착하는 어린애 같은 정치'라고 비난했다.

이 정치인은 자위대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다른 의원은 친일 반민족 서적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책을 읽고 무장한 전사가 돼 열심히 해보겠다'는 축사를 했다.

최근 서울대 이모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위안부는 없었다'고 언급했고 연세대의 류모 교수는 강의 도중 `위안부가 매춘행위였다'는 발언을 했다.

착잡한 가슴에 드골의 일갈이 비수로 꽂힌다. “나치 협력자들의 엄청난 범죄와 악행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전체에 전염하는 흉악한 종양들을 그대로 두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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