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반전
코로나19의 반전
  • 류충옥 청주성화초 행정실장·수필가
  • 승인 2020.04.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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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청주성화초 행정실장·수필가
류충옥 청주성화초 행정실장·수필가

 

업무에 지친 모처럼의 휴일에 여유를 느껴보려 뒷산에 올랐다. 나무들이 모두 하늘을 향하여 서 있지만, 똑같이 생긴 나무는 하나도 없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매력이지만 말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겉모습만 보아서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분간이 안 되던 나무들이 푸릇푸릇 연녹색의 잎을 내밀고 있다. 아기 손처럼 앙증맞은 작은 잎들이 손을 내밀며 새로운 세상을 잡아보기라도 할 듯 뻗고 있다. 잎이 커지는 만큼 나무도 더 자랄 것이다.

`나무의 뿌리는 땅속에 있다.'라고 상식처럼 말하지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등산로 바로 옆에 있는 나무의 뿌리는 흙이 파여서 길 위로 나와 있다. 사람들 발길에 숱하게 밟히고 차여서 이미 뿌리라기보다는 나무줄기의 일부 같다. 부드러운 흙 속에서 양분이나 빨아들여야 할 뿌리가 속살의 치부를 어쩔 수 없이 드러낸 듯 흙 밖으로 나와서 모진 수모를 당하고 있으니 나무는 사람들이 산에 오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자연은 인간을 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비상이 걸리면서 산업의 정체와 인간의 사회활동이 제지를 받자 병들어 가던 지구가 오히려 제 모습을 찾는 사례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스모그가 걷히며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던 뉴델리의 밤하늘에 별자리가 선명하게 보이고, 수십 년 만에 눈이 덮인 히말라야산맥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인도 해변에는 개체 수가 감소하던 바다거북 수십만 마리가 산란을 위해 다시 해변을 찾았다고 한다. 최근 물이 맑아진 베네치아에서는 60년 만에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코로나19로 폐쇄되면서 인적이 끊기자 야생 곰과 야생 고양이, 보브캣 등 야생동물들이 제 세상인 듯 활보한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코로나19가 인간에게는 재앙이지만 어찌 보면 지구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하나의 몸짓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인간은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화와 편리성을 추구하느라 지구환경을 훼손시키며 발전만을 강조해왔다. 그러다 보니 인간 이외의 지구 곳곳 생명체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병들어가고 삶의 터전인 지구의 수명조차 위협이 가해져 온 것은 사실이다.

문명이 제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자연이기에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바이러스와 다양한 야생동물과도 함께 공존해야 한다. 박쥐가 다양한 바이러스를 보균한다고 해도 박쥐를 모두 박멸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모두 필요하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생태계에서 박쥐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진정 오래도록 아름다운 지구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만이 살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만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기엔 지구가 너무 중증으로 병들었다. 국제기구는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병든 지구를 치료하고 삶의 터전을 다시금 회복시키는데도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여 살려놓듯 병든 지구도 시기를 놓치기 전에 구해주는 일이야말로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줄 최고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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