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탐방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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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05.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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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옹기박물관

흙, 불, 세월… 도공의 혼으로 빚은 살아숨쉬는 항아리

 소 개

청주 상당구 명암동에 위치한 청주옹기박물관은 2003년 전국 최초로 개관했으며, 국내 최대 크기의 옹기를 비롯해 꿀단지, 자라병, 산신제 솥, 구유통, 소줏고리, 분뇨통, 씨앗통 등 독특한 옹기 제품도 전시되어 있다. 관람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문의 : 043-222-8882)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쌀독 앞에서 수집하게 된 배경을 들려주고 있다.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있다.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에 밀려 생활에서 사라지고 있는 옹기 그릇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세련되지도 않고 투박하고 무거운 옹기 그릇이 새롭게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웰빙문화와 옹기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이런 저런 궁금증을 안고 청주옹기박물관을 찾았다. 청주 우암어린이회관 옆에 위치한 청주옹기박물관은 전통적인 선을 형상화한 곡선 지붕이 한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다. 옹기 전문박물관으로는 전국 최초로 개관한 이곳은 유훈종 관장이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옹기 4000여점 중 생활도구 중심으로 350여점의 크고 작은 옹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질 좋은 도기 등 350여점 전시 ▲ 시루를 비롯해 도기로 된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전국 제일의 옹기를 전시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을 받을 만큼 이곳에선 질 좋은 도기와 다양한 종류를 질그릇을 관람할 수 있다.

유훈종 관장은 "대부분 옹기하면 큰 장독만을 생각하는데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작은 소품들이 많고 종류가 다양한 것이 박물관의 특징"이라며 "질박하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것"이 옹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장독대를 연상하는 전시실 입구와 1층 전시장에는 작은 간장 종지부터 부부가 6·25 전쟁을 피해 숨어 있었다는 대형 쌀독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었던 생활 도기들이 있다. 가정의 복을 기원하는 신앙적 의미의 칠성단지와 식생활에 사용되었던 투가리, 수저통, 사발, 밥상, 올망졸망한 양념단지 등 각종 주방도구들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약제조 도구로 쓰인 의학 용구와 악기로 사용되었다는 훈(塤), 건축물에 사용된 기와와 굴뚝, 다양한 모양의 떡시루 등도 우리 문화를 이해는 옹기들이다. 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독대다. 옹기 중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장독은 우리 음식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다양한 쓰임새는 물론 한국의 맛을 자랑하는데 깊은 관련이 있다.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등 발효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 음식을 가장 맛있게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옹기이기 때문이다. 사라져 가던 옹기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김칫독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한 김치냉장고의 출시였음을 생각하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천연재료에 따라 색깔 좌우

"옹기는 흙으로 빚어 낮은 온도에서 굽게 되는데 입자가 굵어 도기의 표면에 구멍이 생겨난다. 이 구멍이 바로 숨쉬는 그릇의 비밀"이라는 유 관장은 "요즘 만들어진 것과 달리 옛날 옹기는 자연유약을 발라 만들었기 때문에 그 멋과 맛이 다르다"며 "솔잎을 태운 잿물이나 콩깍지, 수수 등의 천연재료를 사용한 유약은 옹기의 색깔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 1960년대 풍경을 항아리와 관련된 사진. 그는 또 "양반층에 사랑을 받은 자기는 매끄럽고 아름다운 빛깔을 지녔지만, 옹기는 서민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생활 정서와 이를 만든 옹기쟁이의 삶도 느낄 수 있어 정감이 간다"며 "팔기 위해 만든 김칫독이나 된장독 외에는 옹기쟁이가 자기집에서 사용하려고 만든 소품들이기때문에 수량도 별로 없고, 구하기도 힘들어 자기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산것도 많다"고 들려주었다. 시골 뒷마당에 남아 있던 장독들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일상생활에서 멀어지는 옹기를 수집하는 일 또한 쉽지않다고 한다. "물건이 나왔다고 연락이 오면 전국 어느 곳이라도 밤이건 낯이건 달려가다 보니 교통사고를 겪기도 했다"는 유 관장은 직접 수집하다 보니 사연이 없는 물건들이 없다고. "6·25 전쟁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숨어 지내며 목숨을 건졌다는 대형 쌀독은 몇 번이나 찾아가 박물관에 전시할 것을 약속한 뒤에야 수집할 수 있었다"며 "쌀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독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곡식을 저장하던 항아리를 비롯해 분뇨를 담았던 똥장군, 옹기로 원통을 만들어 사용한 우물대, 술을 빚던 소줏고리, 배에서 물을 담았던 배물항아리, 밀주를 숨기기 위해 단지 위에 덮어 놓았던 바탱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 사용했던 산신제솥 등 희귀한 옹기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전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가 깃든 옹기들이 전시관 밑에가득 쌓여 있다. 전시 공간이 부족해 공간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는 그는 전시장 외에도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문화체험장을 계획하고 있다. 보고 느끼면서 조상의 지혜와 민족의 정서를 담아낸 그릇을 만들어 본다면 문화의 단절을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본 꽃화분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적이 있다. 꽃도 아름다웠지만 꽃이 심어진 화분이 항아리였기에 더 반가웠다. 새로운 쓰임새로 주변 가까이 ▲ 장독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전시장 입구로 굴뚝과 각종 장독이 즐비하다.

장독대와 어머니가 투영되어 편안함을 갖게 만드는 질그릇이 아파트라는 생활공간에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쓰임새로 주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 찾아오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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