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투영된 지방의회를 기억한다
코로나19로 투영된 지방의회를 기억한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4.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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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하성진 부장

 

전 세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석 달 가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모두가 감염을 우려해 스스로를 가뒀을 때 엄습해오는 공포를 떨쳐내고 거리로, 동아리방으로 모인 이들이 있다.

지역 감염 확산을 막고자 생업까지 포기하고 거리 곳곳을 돌며 방역작업을 펼친 직능단체 회원, 마스크 한 장으로 열흘 넘게 생활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손수 면 마스크를 만든 부녀회원들.

방역 전선에서 이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무엇과 비교할 수 있으랴.

국가의 녹을 먹고사는 공복(公僕)들의 노고도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

청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20일을 기점으로 보건·방역 파트는 물론 일반 행정직까지 주말도 잊은 채 감염병 차단과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 등에 동원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의회를 돌이켜보자.

지방의회 의무 중 하나는 주민이 요구하는 `니즈(needs)'는 물론 보이지 않는 `원츠(wants)'까지 파악해 실행하는 것이다.

의원 수가 가장 많은 청주시의회를 볼 때 청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상임위 차원에서 이뤄진 코로나19 방역 등 대민봉사 활동은 전무하다.

지방의원들의 `자가격리' 못잖은 제한된 외부활동은 4·15 총선 선거운동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부터 대부분 의원이 민생 현장으로 쏟아졌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대부분 지역구가 포함된 각 당 총선 후보 캠프에 배치돼 유세를 지원하거나 선거운동원들을 지휘했다. 일부는 유세단장을 맡아 유세차량 배치 등 선거운동 전반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민봉사'에 아예 손을 놓았던 지방의원들이 선거를 위한 `유권자 접촉'에는 적극적인 셈이다.

이는 차기 지방선거 공천시 당 기여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총선에서 자당 후보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했을 수도 있지만, 표를 얻어먹고 사는 정치인의 습성상 이런 선행을 감출 리는 만무하다.

지역구 주민보다도 공천권을 쥐게 될 국회의원이 `무섭긴 무섭구나'라는 뼈있는 냉소가 나올법하다.

국외연수 예산 반납 문제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는 데 예산을 보태기 위해 괴산·증평·단양·옥천·영동 등 지방의회들이 연수비 자진 반납을 선언했다.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는 꿈쩍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두 의회가 비난 여론을 무시하면서까지 국외연수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까닭은 앞선 사례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도의회는 2017년 최악의 수해 상황에서 8박 10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관공서와 관광지 등을 둘러보는 국외 연수를 떠났었다. 출국 하루 전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해 놓고 곧바로 여행 짐을 꾸렸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시의회 역시 지난해 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에 따라 국외연수가 잇따라 취소되는 분위기인데도 일부 상임위원회는 출발 3~4일 직전까지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몇몇 의원이 예정대로 연수를 가자는 의견을 내면서 상임위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안돼서다.

주민들은 코로나19로 투영된 지방의회의 이중성을 기억할 것이다. 지방선거를 2년 앞두고 의원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소중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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