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68>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6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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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몽고의 창조신화
두 神의 힘 가릴 수 없어 1년을 똑같이 나눠 지배

"아빠, 세상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바다만 있었나요 성경을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물위에 운행하셨다고 했는데, 몽고 신화에서도 창조신이 물위에 떠 있었다고 하니 말이에요."

늦둥이 찬양이의 말처럼 태초에 하나님은 물 아래에 있던 땅들을 물위로 드러나게 세상을 창조하셨다. 노아의 홍수로 온 세상이 물에 잠긴 후에는 물이 빠진 것이 아니라 땅들이 물속에서 솟아오르게 했다.

"옷으로 덮음같이 땅을 바다로 덮으시매 물이 산들 위에 섰더니 주의 견책을 인해 도망하여 주의 우렛소리로 인하여 빨리 가서 주의 정하신 처소에 이르렀고, 산을 오르고 골짜기는 내려갔나이다."(시편 104장 6∼8절)

인용한 시편의 구절처럼 하나님께서는 물속의 땅들을 끌어올려 물 위로 나오게 했다. 히말라야와 알프스 등의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조개류와 해초류의 화석들을 보면 땅이 융기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땅의 융기와 침강에 관한 사실은 존 위트콤 박사와 헨리 모리스 박사가 공통 집필한 논문 '대홍수(1961)'에서 이미 증명된 바가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시아 지역에 살고 있는 알타이계의 민족 설화들이 물 가운데서 흙을 끌어올리는 일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의 박시인 교수가 집필한 '알타이 신화(1994)'에는 물 가운데서 흙을 끌어올리는 설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상이 물바다일 때 하나님과 사람이 모두 새가 되어서 나타났다. 새가 된 사람이 바다 밑으로 들어가서 흙을 물고 나오자 하나님이 그 흙을 바다 위에 놓고서 땅이 되라고 명령하니 그 흙이 점점 커져서 땅이 되었다."(단단 족의 신화)

"하나님이 바다 밑에 사는 귀신에게 명령하여 물속의 흙을 가지고 오게 하셨다. 귀신이 물속에 들어가서 흙을 가지고 나오자 하나님은 그 흙을 바다 위에 띄어 놓고 그 위에 앉으셔서 흙으로 땅이 되게 하셨다."(시베리아 야쿠트 족의 신화)

이밖에도 이와 비슷한 신화는 알타이 지방의 오스티악 족과 보굴 족을 비롯해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몽고의 신화도 예외는 아니다.

몽고의 창조신화에서 이 세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어렴풋하게 보였으며, 어둠 속에 창조신 '에헤 보르한'이 물 위에 떠 있었다고 한다.

창조신은 가장 먼저 오리를 만들었다. 오리가 물속에 들어가 부리에 담아온 진흙으로 창조신은 땅을 만들고 그 위에 식물과 동물을 만들었다.

이와 다른 몽고 창조신화에 의하면 아스라이 먼 옛날, 이 세상은 큰물로 덮여 있었다. 석가모니불, 미륵불, 아버지 신불이 합심하여 세상을 만들려고 물 위를 가고 있었다. 그때 오리 한 마리가 새끼 열 두 마리와 물 위를 날고 있었다. 세 부처는 오리에게 물 밑바닥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검은 흙, 빨간 흙, 모래를 가져오라고 했다. 오리가 가져온 흙과 모래를 가지고 세 부처는 땅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와 여러 가지 식물이 자라나게 했다. 그런 다음 사람을 만들었다. 빨간 진흙으로 몸뚱이를 만들고, 하얀 돌로 뼈를 만들고, 물로 인간의 피를 만들었다. 창조신은 태양과 달을 만든 다음 태양에서는 마음씨 착한 처녀를, 달에서는 악한 처녀를 만들었다. 태양에서 만든 착한 처녀는 선량한 서쪽 하늘의 신들을 낳았고, 달에서 만든 악한 처녀는 악한 동쪽 하늘의 신들을 낳았다. 몽고 신화에서는 이 신들의 싸움으로 계절과 하늘의 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겨울을 담당하는 추위의 신과 여름을 주관하는 더위의 신이 누가 더 센지를 두고 싸움이 붙었다.

"내가 9일 만에 세상을 완전히 얼려버리겠다. 네가 그것을 녹일 수 있겠느냐"

"너는 9일이지만, 나는 8일 만에 눈과 얼음을 녹여 물바다를 만들겠다. 너는 결코 나를 이길 수 없어!"

싸움에서 이기는 신이 몽고의 계절을 독차지하기로 했다. 먼저 추위의 신이 9일 동안 온 세상을 얼리기 시작했다. 밤낮으로 혹한의 바람과 눈보라를 몰아쳐 세상을 꽁꽁 얼려버렸다. 그리고는 엄청나게 큰 황소를 만들어 추위의 세상을 지키게 했다. 하지만, 더위신은 남풍을 부르고 태양의 도움을 받아 8일 만에 모든 얼음을 녹여 버렸다. 두 신은 서로가 이겼다고 우기며 얼음이 남아 있는 곳을 살피고 다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황소의 발굽 아래에 얼음이 남아 있었다. 화가 난 더위 신은 황소의 네 발굽을 갈라 버렸다. 이로 인해 소의 발굽이 갈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두 신의 힘을 가릴 수가 없어서 1년을 똑같이 나누어 여름과 겨울이 교대하게 했다.

이 신화를 통해 몽고의 기상특성을 살펴볼 수가 있다. 몽고는 아시아 내륙의 깊숙한 고위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겨울은 영하 40까지 내려가는 혹한에 강풍이 몰아치기 일쑤다. 반면에 여름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더 기온이 올라가는 대륙성 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봄과 가을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겨울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뀐다. 신화는 이러한 기상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몽고인들은 황소의 발굽 밑에 있던 얼음 때문에 극지(極地)가 생겼다고 믿고 있다. 이들이 과연 어떻게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과 북극을 알았는지 궁금하기 만하다.

1) 땅의 융기와 침강에 관한 사실은 존 위트콤 박사와 헨리 모리스 박사가 공통 집필한 논문 '대홍수(1961)'에서 이미 증명된 바가 있다.

2) 서울대의 박시인 교수가 집필한 '알타이 신화(1994)'에는 물 가운데서 흙을 끌어올리는 설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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