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두장에 허탈한 시민들
마스크 두장에 허탈한 시민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3.09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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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코로나19 사태... 현장을 가다
②'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혼란·불편
약국마다 입고·판매시간 제각각 … 불만·항의 봇물
“며칠째 못 샀어…” 정책 모르는 노인들 헛걸음 일쑤
신원 확인·전산 입력·문의 응대 등 약국도 `과부하'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한 약국 입구에 '지금 마스크 없어요!!'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이날 마스크 공급 시간문제로 불편을 겪는 시민이 속출했다. /조준영기자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한 약국 입구에 '지금 마스크 없어요!!'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이날 마스크 공급 시간문제로 불편을 겪는 시민이 속출했다. /조준영기자

 

“고작 마스크 2장에 웃고 울어야 한다니…. 말세가 따로 없네요.”

출생연도 끝자리마다 정해진 요일에 따라 1인당 마스크 2매를 살 수 있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약국 앞에서 만난 김모씨(36·여)는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김씨는 회사 근무 중 짬을 내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알려진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약국에 마스크 배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빈손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시곗바늘은 낮 12시를 향해가고 있던 때였다.

김씨 말대로 약국 출입문에는 `지금 마스크 없어요!!'라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었다.

약국 관계자는 “우리도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정확한 판매시간을 알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마스크 5부제는 `격차'에 따라 수혜 대상마저 달라지는 모습이었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약자는 제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하면 공적 판매처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허탕'을 친 노모씨(80)는 약국을 나와서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노씨는 며칠째 면 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해왔다고 했다. 그 탓인지 턱밑에 걸린 마스크는 본래 형태를 잃어 쭈글쭈글했다.

그는 “매일같이 약국을 찾았지만, 번번이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 평소에는 재고가 없다더니 이제는 생년에 따라서 마스크를 팔고 있다”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씁쓸한 뒷모습으로 자리를 뜬 노씨는 1940년생이다. 제도대로라면 오는 13일(금요일)에나 마스크를 손에 쥘 수 있다.

물론 우체국이나 하나로마트에서 출생연도에 관계없이 마스크 1장을 살 수 있으나 거동조차 쉽지 않은 노씨에겐 언감생심일 뿐이다. 좋든 싫든 당분간 해진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약국마다 제각각인 마스크 입고·판매시간도 혼란을 부추긴다. 공공 차원의 공지 시스템조차 갖춰지지 않아 시민은 직접 발품을 팔거나 여기저기 전화 문의를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덩달아 약국도 `업무 마비'를 겪고 있다. 분 단위로 밀려드는 전화 문의 응대하랴, 마스크 판매하랴 그야말로 과부하 상태다.

일부 약국은 특정 시간을 정해 판매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스크 판매에만 적잖은 시간과 노동력이 소모되는 까닭이다.

한 약국에 주어지는 마스크는 하루 250장이다. 1인당 2매씩 125명이 구매할 수 있는 양이다.

신분 확인·전산입력 등 전반적인 과정에 최소 1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못해도 2시간은 마스크 판매에 매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덕동 모 약국 약사는 “문을 열자마자 밀려드는 전화에 마스크 판매까지 평소 업무도 보지 못할 지경”이라며 “우리가 희생하면 주민이 편해진다는 생각에 점심시간까지 없애고 일하고 있지만, 쉽진 않다”고 전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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