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서 본 대한민국
세밑에서 본 대한민국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0.01.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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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단말쓴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세밑입니다.

내일 묵은해를 보내는 까치설을 보내고 나면 경자년 새해가 열리는 설날이 옵니다. 하여 철도와 도로와 공항과 연안부두는 귀성인파로 몹시 북적입니다.

그래요. 저리 끝없이 이어지는 귀성행렬은 한국인의 풍속과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살림살이가 날로 팍팍해진다며 웬만해선 호주머니를 열지 않으려 했던 민초들 손에 선물꾸러미가 한 아름씩 들려 있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거북이 귀향길임에도 원망은커녕 저리 웃고 있으니 민족의 대명절답습니다.

명절 연휴가 길어 차례와 세배도 생략하고 해외로 여행가는 사람들도 많으나 이 또한 확장된 국력과 세태변화상의 한 단면이니 눈살 찌푸릴 필요는 없겠지요.

하여 필자는 이 좋은 설 명절을 앞에 두고 새삼스럽게 나라와 민족의 어제와 오늘을 되새김질해 봅니다.

작금의 나라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부끄러워서입니다.

대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였고 어떤 국민이었습니까?

수치스러운 36년의 길고 엄혹했던 일제치하를 벗어나고자 독립투사들은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외세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그런 선조들 덕에 가까스로 독립을 쟁취했으나, 한반도가 둘로 나뉘는 비운을 겪었고 정부수립 걸음마 단계에서 동족상잔의 6.25전쟁으로 국토가 폐허가 되고 국민들 태반이 죽거나 이산가족이 되어야 했던 참으로 불행했던 나라 서러운 국민이었습니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보릿고개로 대별되는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이 선조들이 지하에서 놀라자빠질 정도로, 아니 좋아서 춤출 정도로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지요.

아시안게임은 물론 동·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를 모두 개최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딱히 돈 될 만한 똘똘한 부존자원도 없는데도 그리된 데에는 뜨거운 교육열과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과 국민적 응집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탄복해마지않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시적 완성도 다 거기에 기인했으니 참으로 위대한 민족입니다.

그런데 웬 걱정이냐 구요?

그 위대한 성취에 금이 가고 구멍이 뚫려 이를 방치하다간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쉬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현 세대의 잘못으로 애꿎은 우리 후손들이 쪽박을 차면 어쩌나 하는 제 걱정이 한낮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새마을운동이나 박정희 대통령의 공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IMF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을 상기시키고자 함도 아닙니다.

교육열과 도전정신은 예와 별반 다름없으나 국민의 응집력이 문제입니다.

나라 경제도 어렵고, 북한의 비핵화도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미국은 방위비를 더 내라 하고, 일본은 경제보복에 독도까지 넘보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남과 북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해 저들 잇속 챙기기를 하니 진퇴양난이자 총체적 난국입니다.

나라 경제도 살리고.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당하지 않으려면 국민의 힘과 저력을 응집해야 하는데 힘의 절반 이상이 분산되고 헛되이 쓰이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이른바 좌와 우의 싸움과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그러하며, 태극기부대와 촛불부대의 세 대결과 광화문 세력과 서초동 세력의 도토리 키 재기가 그러합니다.

거기에 `조국 백서'가 나온다느니 `조국 흑서'가 나온다느니 하는 판에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진 빚 타령을 해 많은 국민들이 혀끝을 찾습니다. `국민들에게 진 빚은 어찌하고 저러시나'며.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익과 국가존망이 걸린 문제엔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용광로가 되어 뜨겁게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4월 총선 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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