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
또 다른 시작
  • 박사윤 한국어강사
  • 승인 2020.01.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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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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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참 빠르다.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해'라며 들썩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밝았다. 작년엔 `황금 돼지 띠'라 하여 올해 출산을 계획한 분들이 많았다. 내 주변에도 지난해 출산한 젊은 부부가 유난히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돼지띠가 좋다'하여 다들 좋아하지만 모든 이에게 좋은 한 해만은 아니었으리라.

지난 한해가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한 해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힘든 한 해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다. 작년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느꼈다면 그래도 지난해를 잘 살아왔다는 증거다. 그러나 힘들었던 사람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어떻게든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절기 중의 하나인 동지(冬至)도 지나갔고, 소한(小寒)도 지나갔다. 옛 선조들은 동지(冬至)를 가리켜 `작은 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힘든 한 해를 보내는 이들에게 설날까지 기다림이 너무 길게 느껴졌으리라. 그래서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를 기준으로 해가 점점 짧아진다는 것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다. 그리하여 동지가 지나면 액땜을 다 했다 하여 그 해 안 좋다고 한 사람도 결혼을 해도 된다고 한다. 한 해의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으면 이렇게라도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이었을까?

설도 얼마 남지 않았고, 입춘(立春)도 멀지 않았다. 해도 바뀌고 절기도 빠르게 지나간다. 보신각 타종을 보며 마음속에 했던 새로운 다짐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저만치 멀어지는 것 같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으려면 사람에게 집중하지 말고 자연에 집중하라'는 말이 떠오른다. 행복을 사람에서 찾기보다는 자연에 감사하면서 즐거움을 찾으라는 말이다. 자연은 베푼 만큼 되돌아오고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지난 한해는 무척 힘든 한 해였다. 사람으로 인해 받았던 그 힘든 순간을 잊기 위해서 더 바삐 움직였던 것 같다. 이제 그 힘든 시간도 다 흘러 새로운 시간들로 채워지리라 믿어본다.

늘 처음과 끝이 부여하는 의미가 크게 생각된다. 그래서 지금은 스스로에게 `다시 시작하자!'라며 자신을 다독이며 새롭게 맞이해야 할 때이다.

어떻게든 2019년도 지나갔다. 지난해의 실수를 올해에도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게다. 그러면 경자년(庚子年)을 맞이하는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경자년(庚子年)은 육십 간지의 37번째 해이다. `경'은 백이므로 `하얀 쥐의 해'이다. 서력 연도를 60으로 나눠 나머지가 40인 해가 해당된다. 어둠 속에서 만물의 씨앗을 잉태할 쥐의 번성처럼 경자년에는 모든 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둠이 깊어진다는 것은 새벽이 밝아오고 있음을 말해 주듯, 그믐달이 저물어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법이다.

겨울비가 내린다. 장마철인 양 많이도 내린다. 지난해 힘들었던 마음을 다 씻겨주는 듯하다. 누군가에게도 힘든 일이 있다면 오늘 내린 비에 모두 씻겨나갔으면 좋겠다.

나는 또다시 길을 간다. 새로운 길을 뚜벅뚜벅 걸으며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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