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재산갈등이 부른 비극
종중 재산갈등이 부른 비극
  • 공진희·조준영기자
  • 승인 2019.11.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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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야산서 시향 중 방화 … 1명 사망·11명 부상
대부분 60~80대 고령자 … 사망자 늘어날 수도
80대 종중원 범행 후 음독 … 생명에는 지장없어
문중 시향을 올리던 중 한 남성이 종중원들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진천 공진희기자
문중 시향을 올리던 중 한 남성이 종중원들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1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진천 공진희기자

 

진천에서 80대 남성이 문중 시향(時享) 현장에서 종중원들에게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1명이 숨지고 11명(가해자 포함)이 중경상을 입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종중 재산 문제에서 불거진 갈등이 얽힐 대로 얽히면서 비극의 단초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 시향 중 방화 … 1명 사망·11명 중경상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진천군 초평면 은암리 한 야산에서 A씨(80)가 시향 중이던 종중원에게 고휘발성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불로 종중원 B씨(84)가 크게 다쳐 숨졌다.

주변에 있던 다른 종중원 10명도 크고 작은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는 대부분 60~80대 고령으로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사건 현장에는 종중원 3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종중원은 “절을 하려고 모두 엎드린 상태에서 A씨가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범행 직후 A씨는 미리 준비해 온 독극물을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의식이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있는 병원에 형사들을 급파,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회복하는 대로 방화 및 살인 혐의 등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에 사용한 인화물질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시향은 매년 음력 10월 5대조 이상 조상 무덤에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이날 숨진 B씨를 비롯한 종중원들도 시향을 지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재산 문제 갈등이 비극의 단초

이날 비극은 재산 문제에서 비롯했다. 한 목격자는 “A씨가 종중 돈 3억원을 횡령하고 땅을 팔아 실형을 살았다”라고 전했다.

취재 결과 A씨는 주변 증언대로 종중 재산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종중 땅(1만여㎡)을 민간개발업자에게 팔아 받은 대금(1억 2000여만원) 일부를 개인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가 기소됐다. 1억 1000만원을 종중에 공탁한 점이 참작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종중이 공탁금을 수령하지 못하도록 공탁통지서 주소지를 자신의 집으로 게재한 사실이 들통나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17년 8월 출소한 이후 A씨는 종중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지속해서 갈등을 빚어왔고 결국 이날 사달이 났다는 게 주변인의 전언이다.

한 문중 종친회 관계자는 “A씨가 속한 문중 종파는 땅 문제 등을 놓고 파벌을 나눠 오랜시간 다퉈왔다. 소송까지 벌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천 공진희·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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