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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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4.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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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회 법의 날을 맞이해…
오늘은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시키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정된 44번째 법의 날이다. 지난 1964년 제1회 대회에서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소위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고자 제정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래 세계 최초의 법의 날이 냉전시대였던 1958년 5월 1일 노동절에 대항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5월 1일로 정하였다가 지난 2003년도부터는 그 제정 취지에 맞춰 근대적 사법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된 재판소구성법이 시행된 날(1895년 4월 25일)로 정하고 있다.

사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해마다 법의 날을 맞을 때면 참으로 착잡한 심정이 된다. 소송의뢰인들과의 상담과 재판준비, 형사피고인들과의 접견, 법정에서의 변론 등 법이 움직이는 그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정작 법에 대한 근본적인 여러 문제들은 놓치고 지나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모일간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들의 법조인에 대한 신뢰도가 오히려 더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공판중심주의, 구술변론주의의 강화, 수사과정에서의 인권보호조치 등 최근 법조계의 혁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이어서 법조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권력과 전관예우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하였다고 하니 국민들의 법조계에 대한 현실인식이 어떠한 것인지도 잘 보여주었다. 사실 크고 작은 법조비리는 법집행의 형평성 상실의 결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식을 더욱 심화시키고 그러한 국민의 법정서는 우리 법조인들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법조계 내부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공허하게 들리기만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안에서 영장청구 기각문제를 놓고도 법원과 검찰간의 파워게임으로 비춰지는가하면 점차 치열해지는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경쟁은 법률시장의 왜곡과 고비용문제 등 여러 가지 우려를 낳게 한다. 그렇지만 현재 법조계는 국민들에게 그 문턱을 낮춰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과거의 권위주의적 요소를 타파하고 법조내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 또한 잘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준법정신을 앙양시킨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악법도 법이다'며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의 교훈은 현대 사회에서도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 대의민주주의하 국회에서 제정된 법에 대하여 자신이 동의하지 아니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여 지키지 않으면 다른 구성원 역시 법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회전체가 무질서 속에 빠져버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되어버릴 것이다. 법은 구성원간의 최소한의 약속인 것이다.

그러나 또한 법은 고정적이고 불변적인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발전하고 변화하는 사회적 요소들을 그 내용으로 받아들여 제때제때 개정되고 입법화되어야 한다. 국회는 신속한 입법 활동에 대하여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법의 여신 디케는 오른손에는 저울을, 왼손에는 칼 또는 법전을 쥐고 있으며 천으로 눈을 가렸다고 한다. 저울은 공평함을, 칼 또는 법전은 법의 힘을, 그리고 눈을 가린 것은 편견 없이 대한다는 것으로 심오한 뜻을 갖고 있다. 오늘 법의 날을 맞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며 다시 한 번 법조인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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