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도 거스르는 나라
태양도 거스르는 나라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19.08.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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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모든 것에는 임계점이라는 게 있다. 참을 만큼 참았고, 봐 줄 만큼 봐 주었다. 붉은 태양만 그려져 있는 국기를 상징으로 쓰는 나라, 태양 이외에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나라. 태양의 빛줄기처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 현재에도 또다시 주변국들을 삼키고 싶은 나라. 바로 일본이다.
자신들의 죄를 사과해도 눈치를 봐야 할 판에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 국민은 반일 정서가 극에 달한 상태다. 요즘처럼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본의 제품을 불매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백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일제치하에서 벗어나려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본 아베정권은 이런 우리 선조의 독립 정신을 기억이나 할까. 여전히 우리의 몸속에서는 저항의 피가 돌고 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어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의 냄비근성을 들먹이며 비웃고 있다. 그 웃음이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할 때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존경하는 인물이거나. 악마 같은 사람이거나. 아마도 이번은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의 잘못 앞에서 이리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극단적 정치를 펼치는 이유를 알기 위해 그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베총리가 제일 존경하며 정신적인 지주로 삼는 인물이 있다고 한다.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 그는 안중근 의사가 암살한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는 에도막부를 부정하고 ‘천황제’를 강력하게 주장하다가 에도막부에 의해 ‘야마토 타마시(大和魂, 일본의 혼)’를 외치며 29년의 짧은 생을 형장의 이슬로 마감했다.
요시다 쇼인은 주변 국가를 정복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펼친 사람이다. 그는 ‘신의 나라인 일본은 우월한 나라’라고 믿는 국수주의자였다. 그 결과 조선을 침략하고 합병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며, 그의 논리는 그의 제자인 기도 다카요시,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이 메이지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발전시켰다. 그런데 요시다 쇼인을 비롯한 그 제자들의 고향이 지금의 야마구치현이다.
야마구치현은 부산과 인접해 있는 도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매일 부산을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있어 한국 관광객이 유독 많다. 야마구치현은 시모노세키를 해상 관문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시모노세키가 바로 아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제4구라는 사실이다. 야마구치현의 또 다른 관문 야마구치 우베공항의 이용객 92%가 한국인이라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왜 몰랐을까.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부산과 마주 보고 있는 일본 야마구치현(山口縣). 이곳이 한국인들을 무시하는 망언을 일삼는 역대 최장수 일본 총리를 눈앞에 둔 아베의 정치적 기반의 도시라는 것을. 근·현대 일본 극우 정치의 본거지로 불리는 이곳은 안중근 의사가 암살한 일본 초대총리 이토히로부미,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역 가쓰라 다로의 고향이다.
일본을 두고 우리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이웃에 인접해 있지만 서로 증오하고 미워하는 나라, 운동 경기를 비롯한 두 나라의 경쟁은 결코 져서는 안 되는 나라. 또한, 질곡의 역사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나라. 일본과 한국은 이렇듯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설명이 힘든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광복절이 돌아왔다. 그런데 반쪽짜리 기념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용서를 구하는 일본을 용서할 날은 올 수 있을까.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셨다. 선조들이 목숨 바쳐 지킨 나라, 부디 두 눈을 부릅뜨고 역사를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오만한 일본이 이 나라 대한민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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