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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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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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별곡(靑川別曲)
민 정 희 <충북대 사범대 부설중 교사>

올 3월 1일부로 충북대사범대 부설중학교로 전근을 왔다. 5년 동안 정들었던 청천중학교를 떠난 것이다. 청천에서의 교단생활은 많은 추억으로 잊지못할 것 같다. 그것은 비갠 후 구름 사이로 언뜻 비치는 햇살 같은 옹색함이었다. 처음 청천에 도착해 시장 통을 지나 초라하기 그지없는 다리를 건너 증축을 위해 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청천중학교가 내 눈에 들어왔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도무지 정이 생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동안 근무하던 학교는 옹색함과는 거리가 먼 큰 규모의 학교였다. 학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첫 인상은 내 마음 속 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며칠 후 부임을 하고 망막함 속에 청천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학생들과의 만남은 설렘보다는 실망이 앞섰다. 친근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왠지 거리를 두며 눈치를 살피는 느낌이었고, 공부에 대한 열의나 관심도 전에 만났던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저 웃어넘기기에는 뒤가 켕기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 내년에 가실 거죠"

"여쭤 보나 마나 내년이면 가실 거야."

"아니, 선생님은 이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을 다 채우고 갈 거야." 그랬더니 학생들은 "정말요"하며 확답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던 청천에서의 생활이 5년이 지났다. 돌아보면 아쉽고 부족함 투성이이지만 학생들에게 긍정적 타인의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어느 날의 일이다. 아침, 출근하며 들어선 연구실 내 책상 위에는 감동적인 선물이 놓여 있었다. 그간 안타까움으로 바라보곤 했던 학생의 선물이었다. 첫 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사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이었지만 선물을 주는 사람의 진심이 묻어 있어서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선물이상의 것이 되었다.

아마도 이런 가슴 찡한 감동과 보람 때문에 오늘도 교단에서 열정을 불사르며 미래의 희망을 키워 가는가 보다. 저간의 사정을 다 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작지만 행복한 학교 청천중학교에서 학생들과 교감하며 이뤄낸 가슴 벅찬 희망은 앞으로의 나의 교직 생활에 긍정적 동기가 될 것 같다. 희망으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해 준 청천의 5년은 값진 울림으로 나를 행복하게 한다.

영원히 잊지 못할 '청천별곡'이 내 추억의 앨범에 아로새겨지고 있다. 20년 후 청천중학교 교정에서 타임캡슐을 열어 보며 우리가 함께 부를 '청천별곡'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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