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미세먼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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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자전거나 자동차 바퀴를 채우는 것은 공기다. 그러나 우리는 바퀴에 공기의 밀도가 부족할 때 바람이 빠졌다고 표현하지 공기가 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미세먼지를 국가가 관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미세먼지 피해를 `사회 재난'에 포함시켜 국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국가원수를 김정은의 대변인쯤으로 폄훼하는 막장의 국회가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는 것은 먼지의 위력이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를 입증해주는 단서로 충분하다.

미세먼지는 공기에 포함된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아랫부분을 이루는 색이 없고 투명한 기체'(천재교육 편집부 학습그림백과사전)로 정의되는 공기에 이물질이 섞여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있으니, 거기에 반대 의견을 내세울 만큼 담대한 선량이 있겠는가.

공기는 진공상태이거나 틈새의 공간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 반면에 때와 장소에 따라 흐릿하게 색이 있고 투명하지 않은 먼지는 공기만큼 자유롭지 않아 침범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반도와 그 땅덩어리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미세먼지는 공기처럼 보편 평등하지 않다. 누구는 20만원을 호가하는 영국산 마스크로 그나마 보호받지만 가난한 이들은 아예 마스크를 쓸 만한 사정이 못된다. 누구는 미세먼지를 피해 공기 좋은 나라로 피난을 갈 수 있지만, 어느 누구는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산업현장에 나가 밥줄을 지켜야 한다.

자전거나 자동차 바퀴 안을 채우고 있던 공기가 바람으로 바뀌어 알지 못하는 사이 빠져 버리는 것처럼 미세먼지를 대하는 우리의 생각 역시 혼미하다. 분별없이 급속도로 팽창한 중국의 산업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무지 또는 무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의 기상 현상, 차령산맥에 가로막혀 갇혀버리는 공기의 흐름이 충북지역의 미세먼지를 나쁨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지리적 특성 등이 1차적인 원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역시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면서 300년 치를 과정을 30년으로 압축해 고도성장을 추구했으며, 심지어 당장의 유해성이거나 미래의 위협쯤은 아랑곳없이 공장 굴뚝의 시커먼 연기를 보면서 희열을 느낀 지도자를 추앙하지 않았던가.

완전 연소되지 않는 화석연료를 고집하며 국가와 사회가 성장하는 만큼 무지막지하게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는다. 무작정 남 탓만 하면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대기 오염에 더 위협적인 디젤차를 무작정 선호한다. 한겨울에 반소매를 입은 채로 춥다며 난방 보일러를 마구 돌리고, 찬물은 질색하는 편리함이 미세먼지를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고 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경제'의 사슬에 옭매여 푸른 대지를 밀어내고 화학물질로 잿빛 포장을 하면서 인공으로 탐욕을 키우며 무한대의 풍요를 구걸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몇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미세먼지 속에서 지금 당장 나의 불편과 위협, 안위만을 걱정할 뿐, 후손과 미래의 강토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있음도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경고하는 일이다.

녹색수도 청주가 부활됐으면 좋겠다. 미세먼지를 국가나 중국의 탓으로만 한탄하지 말고, 아주 작은 시간과 공간을 모조리 써서 나무와 풀 한 포기 심는 일을 당장 시작하자. 그리하여 미세먼지에 갇힌 사람과 강산을 구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위안과 후손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자. 어지간하면 물과 공기의 흐름을 막는 잿빛 포장을 들어내 대지가 호흡하는 자연으로 돌아가자.

요절한 가객 김광석이 꿈에 본 빨간 붕어의 꿈처럼 “꿈조차 꾸지 않으면 꿈은 실현되지 않는”<김광식의 책「김광석과 철학하기」중)법.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먼지가 되어>, 팝그룹 Kansas의 를 습관처럼 되풀이 듣는 미세먼지 여전히 뿌연 봄날. 살아야 한다. 다시 되돌려야 한다.

미세먼지 걷히고 싱그러운 꽃바람이 불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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