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테크노폴리스 단체장 의지가 필요하다
청주테크노폴리스 단체장 의지가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3.04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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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테크노폴리스 개발사업을 두고 민·관 갈등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테크노폴리스 3차 확장 개발을 전면 중지하고 유물보존 대책 마련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청주시는 청주테크노폴리스 3차 지구 확장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개발 추진 의지를 나타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가 된 청주테크노폴리스 개발사업은 2014년부터 추진돼 1차 사업이 완료됐고, 2차 사업은 현재 발굴조사 중이다. 여기에 청주시가 3차 사업의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민단체로부터 유물 보존 대책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2014년에 1차 개발사업이 추진된 청주테크노폴리스는 2차, 3차로 연속 사업이 진행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기 백제시대의 유물이 대거 쏟아져나오면서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 1차 부지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유물만 6000여점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2세기와 4세기 마한에서 초기 백제의 집단거주지와 무덤이 500여 기가 발굴되었고, 생활시설인 철기공방이 발굴돼 학계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대규모 백제시대의 집단거주지는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고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되었지만, 개발을 멈추지는 못했다. 넓은 유적지는 이제 아파트단지로 변했고, 사업단 측은 볼품없는 유물전시관을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1차 사업을 마무리 중이다.

현재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2차 부지에서도 같은 시대의 유물이 1000여 점 출토됐지만 유물과 관련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지역에서 다량의 유물이 출토된 것은 이례적이고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또 3차 부지 역시 다량의 유물이 발굴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유물과 유적지에 대한 보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청주시는 1차 사업에서 발굴된 유물은 박물관으로 이전하고, 2차 사업은 문화재청과 협의를 진행해 유구 일부를 이전 복원토록 협의 중이다는 원론적인 대답뿐이다. 더구나 3차 사업 역시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민단체로부터 청주의 고대사, 나아가 한국사의 2~4세기 역사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최고의 문화자산을 예측 불가능한 개발이익과 바꾸려고 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유물보존 대책과 재검토 요구가 늦은 감은 있지만, 청주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오송과 봉명동, 송절동 일대에서 출토된 초기 백제 유물이 2만여 점에 이르지만 이를 보관할 수장고가 없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야 하는 유물관리의 현실은 양보하기 어렵다. 지역 출토 유물은 지역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일차 원칙도 지키지 못하는 지자체의 오명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청주시가 문화도시로 지정받으려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문화재에 대한 외면은 아이러니다. 온전하게 보존은 어렵더라도 유물과 유적지 보존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유물이나 유적의 가치를 놓쳤다면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하고, 시민단체들의 이유 있는 반대에도 경청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가는 길이다.

정책의 방향은 단체장의 의지에 달렸다. 비록 이 사업이 전임 시장이 결정한 사안이지만 필요하다면 전문적 논의를 통해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주시장의 의지도 중요하다. 개발을 두고 민관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로운 논의의 장을 펼쳐야 한다. 유물이나 유적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민관거버넌스 구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하는 한범덕 시장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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