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제3칙 공안
무문관 제3칙 공안
  •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 승인 2018.12.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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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일체 만법 가운데 그 주인공은 어떤 형상으로도 보여줄 수 없고 뜻으로도 헤아릴 수 없으니 또한 귀로 들을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건만 항상 소소령령(昭昭靈靈)하여 만법의 왕이니 우주의 주인이로구나!

반갑습니다. 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알록달록 잎으로 무성했던 나무들이 이제 모두 그 잎새 들을 떨구어 버리고 나목이 되어 온 힘을 다해 겨울을 마주하고 있는데요. 이 시간에는 무문관 제3칙 `구지수지'공안(公案)에 대해 무문 선사께서 붙인 평창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평창이란 본칙에 나오는 구지수지 공안에 대해 무문 선사의 견해로 강설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은 무문선사께서 평창한 내용인데요.

無門曰(무문왈) 俱 竝童子悟處(구지병동자오처)가 不在指頭上(부재지두상)하지 若向者裏見得(약향자리견득)하면 天龍同俱(천룡동구)와 竝童子與自己(병동자여자기)를 一穽却(일곶정각)하리라고 하였습니다.

무문 선사는 설하신 이 평창을 살펴보면 구지 선사와 동자가 깨달은 곳은 손가락 끝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 속을 향하여 보아 얻을 수 있다면 천룡선사와 구지와 동자와 자신을 하나로 꿰어 버릴 수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구지화상은 주로 당시에 `칠구지불모준제다라니경'에 의거해 다라니 수행을 주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實際)라는 비구니 스님에게 일종의 수모를 겪고 난 뒤에 그 분심으로 용맹심을 발휘해 정진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구지화상과 실제라는 비구니 스님과의 기연(機緣)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그 스토리를 잠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루는 실제라는 여승이 찾아와 삿갓을 쓴 채로 석장(錫杖)을 쿵쿵거리며 구지화상의 좌선하는 주위를 세 번 빙빙 돌고서 그리고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대가 한마디 할 수 있다면 갓을 벗겠소” 세 번이나 여승의 물음이 있었으나 구지화상은 끝내 한마디의 대꾸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비구니가 낙담하여 돌아가려고 하자 그 때서야 구지화상은 “해도 저물어가니 잠시 쉴 겸 하룻밤 머물다 가시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여승이 말하길 “한마디 한다면 머물겠소”하고 말했지만 구지화상은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여승은 지체 없이 바로 떠나가 버렸습니다. 이 비구니의 행동은 구지화상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구지화상은 탄식하여 말하기를 “내가 대장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장부의 기백이 없구나! 이제 암자를 버리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수행하리라”하면서 분연히 대 용맹심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오늘은 구지화상과 실제 비구니와의 이야기까지만 하고 다음 시간에는 제3칙 구지수지에 나오는 구지화상과 스승인 천룡화상과의 인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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