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소년 도박중독 심각
충북 청소년 도박중독 심각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12.10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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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유병률 6.1% … 전국 평균 웃돌아
자금 마련 위한 학폭·사채 사용 등 2차 피해도
전문가 “예방교육 강화·치유 재활 시급” 지적
충북 도박중독 예방교육 시행률표. 2018.12.10 (사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 제공)
충북 도박중독 예방교육 시행률표. 2018.12.10 (사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 제공) /뉴시스

 

2016년 5월. 청소년 A군(18)이 경찰에 붙잡혔다. 앳된 얼굴을 한 소년이 받던 혐의는 다름 아닌 사기.

A군이 창졸간 범죄자로 전락한 배경에는 `도박'이 자리했다. 그는 호기심에 불법 스포츠 토토에 손을 댔다가 적잖은 돈을 날린 상태였다.

잃은 돈을 찾을 방법으로 생각해 낸 건 중고물품 판매 사기. A군은 스마트폰 물품 판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고가 중고물품을 판다고 속여 돈만 받아 챙겼다. 4개월간 피해자 44명으로부터 받아 챙긴 돈만 1800여만원에 달했다.

조사 결과 A군은 모두 89차례에 걸쳐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경찰에서 “사기 친 돈은 대부분 도박비로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한탕주의'에 빠진 충북지역 청소년이 적잖다. 도박 중독 유병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 심각성이 `위험'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에 따르면 도내 청소년 도박중독 유병률(2015년 기준)은 6.1%였다. 이 가운데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은 5.5%, 문제군은 0.6%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5.1%)과 비교했을 때 1%p나 높은 수준이다.

올해만 해도 충북 청소년 도박 유병률은 두 자리 수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청소년 일탈은 온라인 도박 보편화에서 비롯한다. 일부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성인 인증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청소년 접근을 원천 차단할 장치조차 없이 방치돼 있는 셈이다.

중독성이 심한 도박 종류도 문제다. 온라인상에선 불법 스포츠 토토는 물론 사다리 게임, 카지노류(바카라 등)까지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도박 중독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도박 자금 마련이나 빚을 갚기 위해 범죄에 손을 대는 사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 관계자는 “도박은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을 저해 한다”며 “자금 마련을 위한 학교폭력, 고리 사채 사용과 같은 2차 피해가 그 예”라고 설명했다.

실제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청주지역 한 고등학생은 불법 스포츠 토토로 1년 만에 150만원을 날렸다.

도박 사이트 거래 누적액만 1000만원 이상. 결국 이 학생은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부모가 모아둔 아파트 중도금 200만원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음성지역에선 바카라 등 카지노류 게임에 손을 댔다가 1100만원을 날린 고등학생이 중고 물품 사기 행각을 벌이다 입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소년 도박 예방을 위한 교육은 `부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도내 488개 초·중·고등학교에서 도박 예방 교육을 시행한 학교는 고작 14곳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도박의 유혹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을 바로 잡아줄 장치가 교육 현장에도 없다는 얘기다.

도박문제관리센터 충북센터 관계자 “근래 도내 청소년의 도박 중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지만, 의무 교육이 아니다보니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도박 중독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과 치유 재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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