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등을 돌리는데
민심은 등을 돌리는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12.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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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주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3%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8.8%까지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 수준이다. 하락세가 8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37.6%를 기록하며 9주 연속 내리막길이다. 곤두박질하는 경제, 부진한 개혁, 이재명 경기지사 스캔들을 둘러싼 내분, 노동계와의 갈등 등이 지지율 폭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와 민생, 개혁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앞으로 제대로 풀려나갈 희망도 보이지 않자 중도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대세다.

이번 조사에서 심상치않은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념과 연령층, 지역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중도·보수 계층은 물론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 호남·충청·경기·인천·부산·울산·경남 등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주당으로 기울었던 중도층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50%)가 긍정평가(46.5%)를 앞섰다'는 리얼미터의 분석은 정권과 여당 입장에서 뼈아프게 받아들일 대목이다.

다른 한 가지는 여당에서 이탈한 지지층의 자유한국당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 26.2%를 기록했다. 한국당이 지지율 25%를 넘어선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재작년 10월 중순 이후 2년여 만이다. 5주 연속 상승세에,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율이 올랐다. 특히 부산·경남과 50대, 자영업자 지지율에서는 민주당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그동안 한국당은 여당의 지지율이 빠지더라도 그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했다. 개혁과 쇄신은커녕 퇴행적 행보로 일관하며 민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당의 부진으로 인해 생긴 과실은 정의당이 누려 한때 한국당의 지지율은 정의당에 뒤지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당의 상승세는 유권자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한 어떤 성과를 냄으로써 얻어진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한국당은 전원책 비대위원 해촉 파동을 통해 당을 개혁할 의지도 방안도 없음을 만방에 고했다. 당 일각에서는 “태극기 부대도 우군”이라며 새누리당 복원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봉쇄하려는 `유치원 3법'심의를 지연시키며 민심에 저항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올라간 지지율이다. 한국당의 지리멸렬을 발판 삼아 일취월장했던 민주당의 옛 전성기가 고스란히 재현되는 대목이다.

여권 입장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는 진보 지지층마저 동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문제는 의욕을 능력이 따르지 못했다며 무능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개혁이라는 또 다른 과제는 능력이 아니라 실행 의지에 해법이 달려있다. 선거법 개정을 놓고 정의당·바른미래당과 말장난을 벌이는 모습에선 개혁정당의 구색조차 찾기 어렵다. 집권당의 개혁은 불합리한 기득권의 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정당득표율)을 제대로 반영해 국회 의석을 배분하자는 제도다. 지역구 선거에서 절대 유리한 거대 정당이 당장의 불리를 감수해야 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야당이었을 때 개정을 호언했던 민주당은 “100% 연동은 안된다”는 등 말을 바꿔가며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당리(黨利)를 포기할 수 없다고 솔직히 고백할 배짱도 없는 정당에 지지자들조차도 짜증이 날 판이다.

전 정권보다도 더 하다는 공기업 낙하산들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온갖 기득권을 다 누리면서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평일 근무시간에 청와대 특검반 직원들이 골프를 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권의 개혁 의지가 처한 현주소를 그대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희망을 품고 기다리다 지쳐 다시 한국당에 기대를 걸고자 떠나는 지지자들의 좌절감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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