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무섭지 않다는 정당
엄마들 무섭지 않다는 정당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11.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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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솔직히 말해서 법이 잘못된 거지 여러분이 잘못한 게 뭐 있나”. “정부가 여러분을 박해하는 것은 우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놨더니 동냥자루 내놓으라는 격이다”. ‘정부 돈 받아 명품 백 사면 안 되나”. “엄마들 조직, 이건 가짜 엄마들이다”. 그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터져 나온 발언들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한유총이 초청한 인사들이 박자를 맞춰가며 불러 댄 합창은 예상보다 도착적이었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이른바 ‘유치원 3법’을 보는 한국당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다. 법안들에는 법정 회계관리시스템 의무화(유아교육법), 설립자의 원장겸직 금지(사립학교법),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 포함(학교급식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해 한시바삐 도입해 정착시켜야 할 시책들이다. 그러나 법안은 국회 교육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에서부터 난항하고 있다. 한국당이 자체 법안을 마련할 테니 병합해 다루자며 심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입법 지연전술이 아니라 아예 정면돌파로 법안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민주당에서도 일부 의원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다보니 한유총의 로비에 국회가 휘둘리고 있다는 비난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와 정치하는엄마들 등 39개 시민단체는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을 비리유치원 비호세력으로 규탄했다. 자유한국당 문패에 퇴장을 경고하는 레드카드를 붙이는 퍼포먼스도 가졌다. 이 단체들은 “그렇지않아도 시원찮은 지지율을 반 토막 내겠다”며 한국당을 몰아세우고 있지만 그들이 민심에 귀 기울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궁금해진다. 한국당은 무엇을 믿고 민심에 반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당내에 사학재단에 직·간접적으로 간여된 의원들이 적지않다는 점이다. 사립유치원 개혁이 사립학교 전반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하는 세력의 이권 지키기가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 재단의 독단과 비리에 무력한 사립학교법은 보완이 시급한 4대 악법에 꼽히지만 국회에서 개정이 시도될 때마다 보수정당의 집요한 반대로 무산되곤 했다.
  유치원 3법이 처리되더라도 그 공은 여당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도 몽니의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번 국정감사에 임하며 문재인 정권에 결정타를 날리겠다고 별렀지만 대박을 친 건 사립유치원 비리 백태를 파헤친 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이었다. 회심의 일격으로 삼았던 공기업 고용세습 문제도 사립유치원 파동에 묻혀버렸다. 여당이 두고두고 공치사할 국감 성과에 광을 내주는 들러리 역할을 하기가 영 마뜩찮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접한 진실은 분노한 민심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계산은 이럴지 모르겠다. ‘일사불란한 조직과 위계를 갖춘 한유총과의 불화는 표를 잃게 되는 실체적 위협이 된다. 반대로 구체적 연대가 없는 유치원 학부모들의 분노는 조만간 사그라질 것이다. 더구나 다음 총선은 1년 반이나 남아있다. 선거가 목전에 닥쳤다면 이런 일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고조된 민심이 그때까지 불씨를 유지해 혈연·학연·지연을 초월해서 응징의 표를 날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당이 이런 오해를 피하려면 법안 심사에 바로 응하거나 확실한 일정을 제시하고 자체 법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유총과 입을 맞추는 사유재산권 문제는 회계와 운영의 투명성을 바로잡자는 유치원 3법의 본질과 차원이 다르다. 그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법안 심사와 병행해 별도 논의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계란 3개를 넣고 끓인 멀건 계란탕을 아이들 90명이 나눠 먹었다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식단서 빠져나간 87개의 계란이 원장이 명품 백이나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 발의된 법안의 요체다. 사립유치원의 수익구조를 부정하는 일방적 법안이 아니다. 한국당이 새겨야 할 한가지가 더 있다. 엄마들은 그렇게 녹록한 존재들이 아니다. 더욱이 자식이 받는 부당한 처우에 분노한 엄마들이라면 말이다. 


/권혁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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