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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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보통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광장으로 모였던 일이 어느새 2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이 먼저'를 신념으로 여기는 문재인 정부를 만들어 냈고, 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구호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까지는 그런 구호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실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이명박을 단죄한 것 말고 도대체 변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한탄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분명히 변한 것은 있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왔던 남북이 서로 왕래하며 화해의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평화와 번영이라는 새로운 한반도의 기류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평화가 밥 먹여 주나'라는 야당의 끈질긴 공세는 그치지 않고 있고, 이런 막무가내의 공세에 얇은 귀를 펄럭거리는 세대와 집단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최근 <시장에 대한 무지와 위선>이라는 칼럼에서 “사회악으로 간주되는 현상에 대해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라면 그 사회악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부동산 투기와 투자의 경계가 불분명한 만큼 `미친 아파트값'에 일조한 가담자들의 행위를 사회악으로 보긴 어렵다. 투기라 한들 법대로 했다면 그런 허점을 방치한 정부를 탓하는 게 옳다. 중요한 점은 투기를 막으려는 정부가 부동산 강사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게 무리한 요구라면 비슷하게나마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 강사는 프로, 정부는 아마추어'라고 단정했다.

아니다. 나는 정부가 아마추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 정권이 아마추어일지라도 그를 지탱해야 할 관료사회는 절대로 아마추어에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이거나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생소하고 못마땅한 구호에 접근하는 시늉만 낼 뿐, 세월이 흘러 다른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살아남을 궁리만 하는 절대적 프로페셔널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한겨울을 꼬박 거리에서 떨었던 촛불시위를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국정농단과 나라를 사유화하려 했던 박근혜를 탄핵하고, 감옥에 보냈으며, 사람을 존중하는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는 데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국민의 결연한 의지에서 비롯된다.

결국 2년 만에 다시 진보적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기념하는 듯 광장에 나선 까닭이, 그리고 일단의 문화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에 대한 단죄가 부족하다고 주먹을 불끈 쥐는 이유가 부족하고 희미한 혁명적 개혁과 적폐청산 의지에 있음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그 깨달음의 시작은 근본적 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하는데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유난한 폭력에 휩싸이고 있다.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그만큼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으로 사회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위디스크 양진호를 비롯해,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폭행, 그리고 사립유치원 사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력의 양상은 그런 사회적 생태계가 이미 우리 사회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실물경제의 어려움, 즉 갈수록 희망은 보이지 않고 먹고사는 일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탄력근무이거나 최저임금 등의 각론은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어쩌다가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과 `조물주 위에 건물주'를 가장 희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양진호라는 괴물이, 그 폭행보다 더 세상을 어지럽힐 음란 동영상의 메신저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는지 그 생태계의 시작지점부터 파헤쳐야 한다.

왜 나라가 가장 기초적인 영·유아 인성교육의 장을 떠넘겨 이 땅의 어린이들을 사유재산의 볼모로 삼는 생태계를 만들어 줬는지 그 근본부터 따져야 한다. 생태계를 바꿔야 문재인 정부와 우리의 모든 미래 희망을 살려낼 수 있다.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는 일도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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