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언스의 박한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투수는 한숨을 쉰다. 준비동작이 워낙 길기 때문이다. 우선 배트를 오른쪽 겨드랑이에 낀다. 그 후 양손에 낀 장갑의 밴드를 푼 뒤 다시 단단히 조인다. 타석에 들어선 뒤에는 방망이로 홈 플레이트 앞에 선을 그은 뒤 방망이를 휘두르고 타격자세를 취한다. 이런 동작을 몇 번씩 반복하기도 한다. 만약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경기 결과가 안 좋다고 한다. 박한이 징크스다.
구직자 1,500명 중 24.4%가 취업 관련한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겪는 징크스는 `첫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제대로 못 하면 불합격한다'는 첫 질문 징크스이다. 그 밖에도 `연필을 떨어트리면 시험 망친다', `자작하면 3년 동안 재수 없다.' 등등.
이처럼 나쁜 결과를 피하려고 행동을 조심하는 징크스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가시지만 무시하기엔 찜찜한 것이 징크스이다.
징크스(Jinx)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魔術)에 쓰던 `개미잡이(Jynx torquilla)'라는 새 이름에서 유래한다는 설과 링가드(W. Lingard)가 1868년 쓴 노래 `Captain Jinks of the Horse Marines(기병대장 징크스)'의 내용에 훈련을 나간 기병대장 징크스가 나팔만 불면 병이 나고, 말에 오르기만 하면 모자가 떨어지는 등 불길한 일이 계속 생긴다는 등의 가사로부터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뇌과학자 정재승은 징크스의 원인을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불안한 마음에 징크스(혹은 미신)라도 믿게 된다는 것이다. 야구경기에서의 징크스를 그 예로 들었다.
타자, 투수, 수비수 중에서 어떤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가장 징크스가 많을까. 정답은 타자이다. 그다음에 투수와 야수 순으로 징크스가 적다. 타자는 대개 10번 타석에 들어서서 2~3개 안타를 친다. 3개를 치면 3할 타자로 아주 훌륭한 선수이다. 타자의 성공률은 낮은 반면 수비수는 한 경기에서 실수를 한두 개 정도만 한다. 성공확률이 높다. 투수는 그 중간쯤 된다.
자신이 성공할 확률이 낮을수록 선수들은 더 많은 징크스를 만들어 낸다. 지금 당장 야구 중계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 하는 다양한 행동은 징크스와 관련된다.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는 강한데 통제할 수 있는 확률이 낮기 때문에 징크스(혹은 미신)라는 어떤 인과관계를 집어넣어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징크스에 얽매이면 긴장과 불안 수준이 높아지는데 그러다 보면 실제로 일의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사람들이 불길하다고 여기는 `13일의 금요일'과 교통사고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13일의 금요일에 예민한 운전자들은 아예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로에는 평소보다 차가 적어진다. 그러면 당연히 교통사고율도 감소해야 하는데 사고율은 실제로 52%나 상승했다고 한다.
운전자들이 `13일의 금요일은 기분 나쁜 날이야, 이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라며 이미 스스로 결론을 내 버리는 충족적인 예언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더 긴장을 했고, 이것이 높은 사고율로 이어졌던 것이다. 대부분 징크스는 징크스가 징크스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징크스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징크스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좋지 않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다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실제로 징크스와 부정적 결과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에 불과하다는 마음으로 용기 내어 자기만의 징크스를 지키지 않는 시도를 해본다면 징크스를 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