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 글쎄
충고? 글쎄
  • 최미영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 승인 2018.10.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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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최미영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최미영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마음이 빠진 충고나 솔직함은 날카로운 부엌칼과 같다. 상대를 위해 요리를 해줄 수도 있지만 깊은 상처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잘못한 것이 없다 해도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은 미안해할 일이다.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를 해야 한다.
법을 위반하고도 몰랐으니 잘못이 없다고 항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신은 참 뚱뚱하군요', `당신은 얼굴이 커서 소처럼 보이네요'이런 말을 하고도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으니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그런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은데 당신은 왜 그러느냐고 다그쳐서도 안 된다. 이런 사람은 한 번도 남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모든 기준이 자기중심인 사람이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랐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거나 이해받지는 못한다. 칼을 휘두르고 놀다가 남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그럴 의도가 아니었으니 미안한 마음이 없고 사과할 생각도 없다는 것과 같다. 마음도 몸처럼 상처를 입고 그 상처의 흔적이 오래 남는다.
남을 이해하면 나의 실수가 보인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당신이 그것을 충고로 부르든지, 고언으로 부르든지, 농담으로 부르든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부르든지 상관없다.
설령 당신의 말이 요점을 담아 상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더라도 상관없다. 당신이 틀려서가 아니라 상대가 상처를 받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고는 상대가 원할 때 하는 것이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충고는 참견일 뿐이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뱉는 말이거나 잘난 척하려는 의도다.
때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려는 욕구가 태반이다. 진심을 담았다 해도 그것이 사실인 경우는 드물고 사실이라 해도 딱히 도움이 되는 경우는 더 드물다. 그러니 충고는 상대가 진심으로 원할 때만 해야 하는 일이다.
상대가 묻기 전에 하는 충고는 설령 가치 있는 충고라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라 감정만 상할 뿐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남도 싫어하기 마련이다. 특히 원하지 않은 충고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관계를 허물어버릴 수 있는 칼이 된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더 많다. 때때로 가장 좋은 충고는 `침묵'이고,`모르겠다'가 두 번째이다. 날계란도 체에 거르면 힘줄이 나온다. 말이라는 것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 해도 몇 개의 질투와 몇 개의 자랑과 많은 주관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고민에 대해 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충고가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설령 의견을 물어도 그것은 그저 자신이 내린 답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이제 원하지도 않는 충고를 충고라는 명분으로 상대의 마음에 칼처럼 휘두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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