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딛고 진열대엔 가을의 결실 `풍성'
폭염 딛고 진열대엔 가을의 결실 `풍성'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8.09.20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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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특유의 맛·분위기 물씬 청주·안성서 명물 입소문
작황 부진 예년보다 물건값 2배 ↑ … 상인들 `한걱정'
특색 살린 먹을거리·명물 개발·청년상인 육성 필요
수산물 상인과 손님들ㄹ이 가격 흥정을 하고 있다. 5일장터 천막풍경.
수산물 상인과 손님들ㄹ이 가격 흥정을 하고 있다. 5일장터 천막풍경.

 

그렇게 추석 대목이 찾아왔다. 끝날 것 같지 않던 111년 만의 폭염이 자연의 시계 앞에 꼬리를 내리고 가을에 자리를 넘겨 주었다. 폭염이 남긴 상처는 컸지만 진열대에는 가을의 결실로 풍성했고 손님들의 양손에는 제수용품이 들어있는 검은 봉지가 가득했다.



추석대목을 맞은 진천전통시장에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렸다.

비를 피하기 위해 포장을 치고 노점이 열렸다.

“부챙이에서 왔어”

“초평 옆에 부창리요?”

“응. 11근 담았거든. 10근 값만 내고 가”

태양초 고추를 하얀 비닐 포대에 담아 노점을 펼친 할머니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했다.

고추 팔아 필요한 물건도 사고 손주 용돈도 주겠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제가 아들이에요. 오늘 어머니가 아프셔서 제가 대신 나왔어요”

시장 입구 노점을 지나 점포로 들어서는데 젊은 주인장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래요, 난 또. 많이 아프셔?”

한 손에 과일 봉지를 든 아주머니가 주인의 안부를 확인하더니 이내 자리를 떴다.

그 젊은 사장에게 장사 잘 되느냐고 묻자 진열대의 꽈리고추와 시금치를 가리키며 “폭염으로 작황이 안 좋아 물건 잡기가 어렵다. 그러니 물건값이 예년의 2배로 뛰어 가뜩이나 어려운 장사가 더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당 밖에 마련된 임시 식탁에서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칼국수 한 그릇으로 시장을 보다 지친 허기를 달래는 사이 옆 식탁에는 넥타이 부대가 동참했다.

천막을 친 평양순대에서는 우산을 든 채 손님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섰다.

이곳은 백곡천 건너 옛 오일장에서 특유의 맛과 분위기로 청주와 안성에서도 찾아올 만큼 진천 장터의 명물이었다.

 

현대화 시설을 갖춘 백곡천 너머 이곳으로 이사 온 식당에서는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허기를 달래며 삶의 애환을 위로받던 단골들이 이곳을 수소문해 국밥에 추억을 말아 먹고 있다.

고기를 사러 왔다는 마이크(미국·40)에게 왜 전통시장을 찾았느냐고 묻자 유창한 우리말로 “그게 왜 이상해요?”라며 반문했다.

그에게 우리 전통시장은 가성비와 편의시설로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대형마트와 비교해 정과 덤이 오가는 곳으로 익숙해져 있다.

시장은 물론 거리에서도 외국인들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낯설어 보이지만 이미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진천에는 현재 5000명의 외국인이 등록돼 있다.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리의 이웃이다. 버스와 택시의 주요 고객이면서 공장 인근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장날은 틈틈이 기른 채소와 달걀을 내다 팔아 필요한 살림을 장만하는 날이었고 아버지에게 장터는 평소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안부를 거래하는 곳이었다.

진천전통시장 하면 떠오르는 명물이나 대표 먹을거리가 부족하다.

전통시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진천의 특색을 살린 장터 먹을거리, 명물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이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상인 육성이 필요하다.

권장근 상인회장(63)은 “상인들의 교육열이 대단하다. 상인대학, 점포대학을 마친 상인들이 상인대학원에 진학하려 많이 노력한다”며 “이들 상인들과 가업으로 가게를 이어받은 젊은 상인들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편의시설과 정과 덤, 사람냄새 나는 전통시장의 강점을 결합시켜 시장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천 공진희기자
gini1@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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