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하는 교육도시 이미지 … 차별화 덧칠해야
퇴색하는 교육도시 이미지 … 차별화 덧칠해야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8.1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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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는 교육도시인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 지역 6개 대학 포함 '수모'
진천군 등 국제교육도시연합 가입... 시는 활동 없어
설문조사서 시민 절반 이상 도시 이미지 변화 요구도
서원 - 향교 등 연계 인성교육기관으로 집중 육성
학생 → 실버세대... 전인적 교육도시 조성 등 필요
도시 전체 대학 캠퍼스화... 시민학교 운영 제안

청주는 한때 교육의 도시로 불렸다. 청주를 상징하는 가로수길, 직지도 있지만 청주시민이나 외지인들은 청주를 상징하는 도시이미지로 으레 교육을 떠올렸다. 청주가 교육도시로 불리지만 정작 고등교육기관(대학)이 많다는 것 이외에 교육과 관련된 차별화된 이미지는 거의 없다. 전주는 예향의 도시, 경주는 천년고도의 도시, 부산은 국제도시, 순천시는 생태·환경도시라는 구체적인 도시이미지가 각인됐지만 청주는 실체가 모호한 `교육의 도시'이미지를 갖고 있다. 도시이미지는 곧 지역의 경쟁력과 결부된다. 도시이미지는 지역산업의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의 도시 청주'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청주의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 청주는 왜 교육도시로 불렸나
청주를 교육의 도시로 불린 역사적 배경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인쇄술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청주에서 인쇄가 시작된 것은 고려시대인 1305년(충렬왕 31)이다. 청주 원흥사에서 목판으로 `금강반야바라밀경'(보물 1408호)을 간행한 것이 시초다.
또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은 1377년(우왕 3)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다.
교육도시라는 사실은 국보 제41호인 용두사지 철당간 명문에서 찾을 수 있다. 철당간의 세 번째 철통에는 `학원경(學院卿), 학원낭중(學院中)'이라는 교육 책임자의 직책이 새겨져 있다. 오늘날 교육감, 교육장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청주시지를 보면 조선시대 세종이 안질 치료차 초정에 행차할 때 청주지방의 인재를 양성한 청주향교에 들러 `소학' 등의 서적을 하사한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기호학파 중심지가 바로 청주라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이이, 성혼, 송시열, 김장생 등 기호학파 중심인물은 청주지역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조선시대 청주에 건립된 서원(학문연구를 위해 세운 사설 교육기관)은 1570년 신항서원부터 1731년 표충사까지 16개소다.
율곡 선생이 청주 목사 재임 때 만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원향약은 양천을 구별하지 않고 청주 전체 백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점이 특징이다.
청주에는 현재 고등교육기관인 대학 10곳이 소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청주대는 광복 후 신설 1호 대학이다.

# 교육도시 명성 옛말
청주시가 발주한 연구용역(2016) `청주시 교육발전 중장기 계획'에서 청주시민 대상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청주가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청주시민 32.5%가 교육도시라고 답했다.
`청주지역 교육 이미지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좋다고 생각하는 시민은 38.6%이지만 보통이다(50.3%)라는 응답은 과반을 넘었다. 나쁘다는 답변도 15%였다. `앞으로 청주가 어떤 도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응답이 3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문화(예술)도시 21.4% △미래형산업도시 25.3% △교육도시 7.8% △교통도시 6.5% 순이었다.
청주가 교육도시로 불리기는 하지만 청주시민의 절반 이상은 도시이미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에는 `교육'과 연관된 특화된 산업과 정책, 축제가 없다.
또한 의무교육이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평준화된 교육환경이 조성됐고, 70%에 가까운 대학진학률을 기록하면서 `교육'자체가 차별화된 도시이미지를 구축하기가 어려워졌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우려해 2013년부터 시행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청주에 소재한 10개 대학 중 6곳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교육도시라는 이미지에 금이 갔다.
또한 1994년 볼로냐(이탈리아)에서 지방정부들 간의 합의로 창설된 국제교육도시연합(IAEC)에 창원시, 군산시, 진천군 등 우리나라 24개 도시가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청주시의 이름은 없다.

# 청주, 교육도시로의 부활 방안은
남기헌 충청대 교수는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서원과 향교를 벨트로 연결해 전통과 도덕예절, 인성교육 기관으로 집중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남 교수는 “청주에는 인쇄문화가 발달해 학문 발전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의 도시이미지를 구축했을 것”이라며 “부모들의 교육열은 식지 않는 만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해 청주의 인프라를 활용해 전국적으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에 인재가 몰리게 하는 방법도 교육도시 명성을 회복하는 길”이라며 “충북대는 농과대, 서원대는 사범대, 청주대는 경상대와 같이 대학의 상징성을 브랜드화하는 등 대학 경쟁력을 갖추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민식 박사(역사학자)는 교육도시라는 관점을 학생에서 실버세대로 전환해 전인적 교육도시로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강 박사는 “청주는 60~70년대 학생 수가 많아 교육도시로 명맥을 이었지만 80년대 산업도시가 되면서 학생수보다 노동자 수가 많았고, 대청댐 수몰 이후에는 원주민보다 이주민이 많아 교육도시 이미지가 쇠락했다”며 “청주는 자연환경과 산업 개발이 더디다는 점을 활용해 민·관·대학이 손을 잡고 노령층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희 전 충북도의원은 “청주는 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시대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기술변화의 환경 속에서 교육도시의 명성을 잃어버렸다”며 “청주시민 모두가 개인 수요에 맞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시설 및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분산돼 있는 시스템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 도시 전체를 대학캠퍼스화해 모든 청주시민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민학교학생증을 받아 이 학생증으로 청주시가 제공하는 각종 교육 시설 및 프로그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금란기자
silk8015@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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