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셋 벗은 노라
코르셋 벗은 노라
  • 이영숙 시인
  • 승인 2018.07.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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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언젠가 골드타임 뉴스를 시청하다가 커다란 안경을 쓴 여성 앵커의 출현에 잠시 당황했다가 곧 긍정적인 시각으로 관련 기사를 살펴본 적이 있다. 요즘 탈 코르셋과 탈 갑옷 운동으로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여자다움을 상징하는 코르셋과 남자다움을 상징하는 갑옷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각자의 성 역할로 자연스럽게 학습 받은 것들이다. 예쁘고 가녀린 여성, 명예롭고 강인한 남성에서 벗어나 저마다 정체성을 찾는 긍정적인 의식이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파도처럼 일어나는 양성평등 운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저마다 주체로서의 건강한 삶을 지향하며 멀지 않은 날에 모두가 행복한 수평 세상도 봄처럼 열릴 것이다.

중국 철학사상가 이지는 인간평등의 철학적 논리를 내세운 보기 드문 선진 의식을 지닌 인물이다. 공자가 여자와 소인은 기르기 어려우니 가까이하면 불손해진다는 편향적 여성관을 보일 때 이지는 가부장적 기준을 정립한 공자적 여성 편향에 대적하며 식견에 남녀 차이가 없음을 피력했다. 그 이유로 손발톱 뽑히는 고문을 받으며 목숨을 잃고 관련 저서는 분서되었지만, 그의 선진의식이 오늘과 같은 양성평등의 물꼬를 텄다.

이제는 남성이나 여성 모두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왜곡된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에 높은 비중을 두는 추세이다. 각 학교와 직장에서도 인문학 강좌가 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비경쟁 토론방식도 활발하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복지제도 마련보다 올바른 시민의식이 먼저이다.

백설 공주 같은 여성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남성 중심의 기존 도덕이 만들어낸 성 틀도 전복 중이다. 여성해방의 발아 점이 된 1879년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의 희극 <인형의 집>은 근대 여성관을 표명한 대표작이다. 주인공 노라의 `인형의 집' 탈출은 자의식의 회복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결혼 8년 동안 한 번도 당신과 진지하게 대화해 본 적이 없어요. 남편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내로만 살았어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어요.”

“남편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게 착한 거야? 당연한 거지. 그리고 진지한 대화가 당신에게 어울리기나 해?”

노라와 헬머가 나눈 극 중 일상 대화를 통해서 당시 사회적 여성관을 짐작할 수 있다. 노라는 결혼 전엔 아버지의 인형이었고 결혼 후엔 남편의 인형으로 살았을 뿐이라며 심경을 토로한다. 변호사인 남편은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인물로 늘 언제나 노라를 종달새라 부른다. 가정부가 살림을 도맡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코르셋 두른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생활을 해온 아내의 독립선언에 아연실색한 헬머, 그 시대의 성 역할로 볼 때 당연히 황당했을 것이다.

“나도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에요.”하며 문을 쾅 닫고 나가는 것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당시 `인형의 집'을 나온 노라를 자의식을 찾아가는 신여성으로 상징했고 이 작품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대대적인 여성해방운동이 확산되었다.

남성 중심의 가치관이 만들었든 여성 스스로 학습했든 코르셋을 벗어던진 노라들의 건강한 의식이 반갑다. 이제 양성평등은 이론에서 행동 실천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모두가 수평인 세상, 양성평등으로 가는 길엔 우리 모두의 의식 수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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