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각 삼층장 이야기
화각 삼층장 이야기
  • 민은숙<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8.04.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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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2009년에 효재 선생님의 저자 사인회 겸 다과회에 당첨되어 갔던 적이 있다. 주택가 한가운데서 주소만 가지고 찾느라 늦어서 뛰어가는데 출판사 분들과 서점 관계자분들이 뛰지 마시라고, 천천히 여유를 즐기시라며 말렸던 기억이 난다. 천천히 돌로 된 계단을 오르며 이런 집에서 일하며 고요히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궁중 떡볶이를 먹고 차를 마시며, 느리고 우아한 시간을 즐겼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내가 힘들거나 괴로울 때 떠올리고 있다.

이번 책은 나를 위해서 고른 책이기도 하다. 마음의 위안이 필요할 때, 뭔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을 때 고르는 책이다. 지혜라 작가의 `화각 삼층장 이야기'.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화각 삼층장은 원래 시집가는 새색시에게 아버지가 들려 보내는 혼수 중 하나다.

이야기는 홀아버지가 외동딸을 위해 평생 가깝게 두고 쓸 쓸모 많은 물건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나의 장롱을 만들기 위해 소뿔을 다루는 각질장,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 그림을 그리는 화원, 옻칠을 하는 칠장, 쇠붙이로 가구 장식을 만드는 두석장이 모여 하나의 장롱을 만드는 과정을 죽 설명하고 있다. 책 이야기 내용을 요약하면 그렇다.

그러나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장롱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 정성이 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소목장은 좋은 장롱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잣나무를 골라 다듬고 홈을 파 맞춘다. 소뿔을 다루는 각질장은 좋은 소뿔을 골라 삶고 자르고 2년을 묵히고 말리고 굽고 펴고 깎고 갈아 종이처럼 만든다. 화원은 각지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각지에 그림을 옮겨 그리고 칠한다. 다시 각질장은 각지를 받아 장롱에 올려 인두로 눌러 붙인다. 칠장은 옻칠을 하고 말려 갈아내기를 여러 차례 한다. 두석장은 쇠로 가구 장식을 만들고 나비경첩을 달아 장식하고 자물쇠를 만든다. 그러면 일 년에 걸친 장롱 만들기가 끝이 난다.

왜일까. 장롱을 만드는 작업을 지켜보면 묘하게 힘이 난다. 사소한 물건 하나도 소중히 만드는 마음이 흐뭇해서일까. 조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소 2년을 묵혀두는 그 정성이 감동스러워서일까?

장롱 하나에 각질장, 소목장, 두석장, 화원, 칠장의 다섯 장인이 협동하는 작품을 만났기 때문일까? 그냥 작업을 지켜보면 마음이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

책 제일 뒷장에 화각장에 대해 설명이 더 나와 있다. 작가인 지혜라는 실제로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아서 검색해서 작품에 실린 화각 가께수리 외 다른 작품이 있나 봤더니 `한땀 한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라는 다른 작품이 있더라. 이번에는 자수인가 싶다. 책을 주문하고 즐겁게 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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