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면한 안희정, 재판서 실형 가능성은…'위력 행사' 관건
구속 면한 안희정, 재판서 실형 가능성은…'위력 행사' 관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3.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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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핵심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실제 위력 행사했나' 관건…'합의'로 방어할 듯
"폭행 사실 없고 '위력 주장'만 있어" 판단 문제
실형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
"安 사건 계기로 위력 간음 판례 만들어야"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로써 안 전 지사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죄·실형 판결이 나올지가 관건이 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 사실이 있어 비교적 명시적으로 피해 사실이 입증된다. 이와 달리 안 전 지사 혐의의 핵심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은 입증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성계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의 인정 범위가 주로 아동·청소년, 장애인 등으로 제한돼 있어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8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현 단계에서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안 전 지사가 받는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특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이다.

관건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이다.

대법원 판결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서 위력의 의미를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대법원은 응급실 당직 의사가 가벼운 상처를 입고 입원한 여성 환자의 속옷을 내리고 진료행위를 가장해 수차례 음부 윗부분을 누른 행위를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인정했다.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어깨를 주무른 경우도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해당됐다.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부하 직원에게 어깨를 주무르도록 평소 지시해온 상사가 '이렇게 하라'며 피해자의 어깨를 주무른 사례였다.

안 전 지사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혀온 점 등을 고려하면 위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단 점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실제로 그 위력을 행사했는지를 어떻게 법적으로 증명할지가 관건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은 입증이 까다롭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나와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널 자를 거야'라는 명시적인 발언이 있고 피해자가 이 일자리를 잃으면 생계가 어렵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며 "(안 전 지사 건은) 폭행 사실은 없고 한쪽이 업무상 위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결국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중견급 로펌의 A변호사는 "위력이 행사됐느냐의 여부, 즉 피해자의 자의가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면서 "안 전 지사는 피해자의 자의나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방어할 것이다.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력형 성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전반적인 정황 속에서 (판사가) 누구 진술에 신뢰를 갖느냐, 또 피해자가 진술하는 내용이 업무상 위력을 받아서 하게 된 것으로 판단하느냐, 결국 이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여성변호사회 채다은 이사(법률사무소 차이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 바로 고소하기 어렵다. 상대가 어느 정도 힘 있는 사람이면 신변의 위험을 두려워해서 나서지 못해 (성범죄가) 여러 차례 반복되기도 한다"며 "다만 이런 부분이 피해 사실을 판단할 때 법리적으로 미약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가 재판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자진 출석하는 등의 전략을 폈다는 시각도 있다.

B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유죄가 나올지도 미지수고 유죄라도 실형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다"며 "안 전 지사는 검찰에 자발적으로 출석하면서 판사에게 좋게 평가해달라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변호사는 "안 전 지사의 정치 생명이 끝난 문제는 둘째치고 실형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기자회견도 예정했었던 점을 보면 안 전 지사 입장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인데 지금 터트려봤자 여론만 안 좋아지니 수사 기관을 통해 밝히자고 노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위력 행사를 입증하기 어렵다'고만 하면 사실 이 법으로 구제받을 피해자가 없어진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에게 어떤 식으로 위력이 있는지 살펴보고 판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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