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古佛)의 이마
고불(古佛)의 이마
  • 신영배<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승인 2018.02.05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경찰은 연초에 승진과 이에 따른 인사가 이루어진다.

얼마 전 승진한 후배의 축하자리에서 몇 순배의 술잔이 돌아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인공이 화장실에 다녀 온다며 나가다가 문틀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큰 웃음을 주었다.

어느덧 주석이 끝나고 그 문틀을 피해 허리를 굽혀 나오며 시대를 거슬러 고불(古佛)을 만난다.

고불 맹사성(孟思誠)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을 거친 청백리로 그의 일화는 너무나 많다.

그 유명한 공당문법과 비가 새는 초라한 집에서 그릇으로 빗물을 받던 이야기, 마을 현감을 행동으로 감복시키고 누각에서 잘난 체 하던 선비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일화 등 지금의 공직자들에게 교과서로 사용하여도 손색이 없을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는 겸손하고 너그러우며 청렴하면서 시대를 판단하는 혜안을 가진 빼어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사람이었거늘 허물없던 적이 있었겠는가?

약관의 나이에 군수에 오른 맹사성은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 교만과 자만심에 가득 차 덕망이 있다는 고승에게 자신을 뽐내보고자 찾아가 거드름을 피우며 묻는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겠소?'

그러자 스님이 대답한다.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이라며 퉁명스럽게 자리를 박차며 일어나려는데 스님이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도록 계속 따르고 있었다.

방바닥과 자신의 옷이 젖는 것으로 보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자 노승은 말했다.

`찻물이 넘쳐 옷을 적시는 것은 알고 얕은 지식이 넘쳐 인품이 망가지는 것을 어찌 모르십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한 맹사성은 급히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스님이 옅은 미소로 말했다.

`고개를 숙이세요… …!'

이마로 지혜를 얻은 고불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백성을 예로 대하며 겸손한 생을 살았다 한다.

실로 원석을 보석으로 세공 한 스승을 만났다는 건 고불에게 큰 행운이었다.

현대는 당시보다 공직이 더 세분화 되고 방대하게 되었다.

많은 공무원들이 해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국민의 공복으로 봉사자로 살아가자고 다짐하며 부임지로 향하곤 한다.

그러나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갑질이 적폐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민이다.

잘났기 때문에 갑질을 하겠지만 그 얕은 잘난 것에 인품이 무너지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고불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승진 축하연에서 벌어진 박치기 사건으로 고불을 함께 만난 후배에게 전한다.

`권 경감, 고불이 이마로 얻은 교훈을 자네도 이마로 얻었다면 참 대단한 것 아닌가? 그 집의 낮은 문틀이 자네 스승일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