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트라우마… 유되지 않는 상흔만
불신·트라우마… 유되지 않는 상흔만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8.01.18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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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한 달'
▲ 첨부용. 지난해 12월 26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한 의용소방대원이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노블휘트니스&스파 화재가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제천 화재 참사로 29명이 목숨을 잃었고, 40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참사는 초동 대처 실패, 주먹구구식 안전관리 등 인재로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이 구속되거나 직위해제됐다. 하지만 유족들이 조사결과에 대해 불신감을 표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부상자들은 트라우마 등 화재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고, 지역경기마저 침체하면서 지난 연말 터진 최악의 화재 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돼 있는 안전불감증이 해소되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총체적 부실에 의한 인재
이번 참사는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주먹구구식 안전관리, 건물의 구조적 문제, 불법 증축, 소방당국의 초동 대처 실패 등 총체적인 부실로 밝혀지며 인재로 드러났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신속한 초동대응과 적정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 지시를 제대로 내렸어야 하는 현장 지휘관들이 상황수집과 전달에 소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일 충북소방본부 본부장,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익수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이 직위해제됐다.

합동수사본부는 건물주 이씨와 관리인 김씨를 구속하는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소방당국을 압수수색했다.

# 유족, 소방당국 조사 못 믿겠다
유족들은 소방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방청이 아닌 제3의 기관 또는 국회 차원에서 보다 폭넓고 객관적인 특별조사를 요구하는 등 불신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유족들은 소방당국이 2층 여자 목욕탕 내부에 요구조자가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유리창을 깨고 내부 진입 시도를 지시하지 않고 화재 진압 후 주 계단으로 진입하려던 최초의 계획을 변경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휘관으로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유족들은 “최초의 구조계획 고수로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며 2층에서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방본부 상황실도 현장 구조대에게 무전으로 전파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지휘체계 자체가 부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 장비와 인력 부족,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불법주차차량도 이번 화재 참사를 키운 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 소방장비와 인력부족
소방펌프차 1대당 4~5명의 법정인원이 출동하게 돼 있지만 제천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평소 2명만 출동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이번 화재 참사에도 정작 화재진압대원은 최초 1명만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소방서가 보유한 무전기 중 40%가 내구연한인 7년을 넘겼으며 충북의 경우 58%를 넘겨 이번 참사 때처럼 교신이 불량할 수도 있어 또 다른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소방차 긴급출동에 장애가 되는 불법주차 차량이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이번 화재현장에서도 굴절사다리차의 진입을 막아 500여m를 돌아오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 후유증·지역경제 침체
유족은 물론 부상자, 소방관까지 화재 참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유족들은 참사 한 달이 되도록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다.

부상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부상자대책위 대표 A씨는 “현재 부상자들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심지어 어떤 소리에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가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은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등 제천지역이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경제도 침체기를 걷고 있다. 화재 참사는 제천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참사 이후 제천지역의 경기가 가라앉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화재 참사가 치유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사고원인이 신속히 규명되고, 후유증 극복, 지역경기 회복 등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천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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