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불길·폭발음 … 현장 아비규환
치솟는 불길·폭발음 … 현장 아비규환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7.12.21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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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사우나에 아내가 갇혀 있다” 남편 오열

1층 주차장서 불길 … 탈출로 막혀 피해 커져

소방헬기 3대·소방 인력 500여명 진화작업

청소업체 사다리차 현장서 3명 극적 구조도
▲ 21일 오후 3시 53분쯤 화재가 발생한 제천 하소동 두손스포리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1일 오후 3시 53분쯤 화재가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와 구급차 등 차량 20여대와 소방헬기 2대를 현장에 투입해 진화와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하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전기 공사를 하던 1층 주차장에서 치솟은 불길과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8층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건물 내부 목욕탕과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등에 있던 수십명이 갇혔다. 진화에 나선 소방당국도 진입로인 1층의 화염 때문에 인명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부 진화작업 중에도 건물 내부에서 계속 폭발음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옥상으로 대피했던 사람들은 이삿짐업체 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안에 있던 한 남성은 다행히 건물 창문으로 빠져나와 외벽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됐다.

또 다른 한 남성은 119 소방대가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

소방당국의 허술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소방서 구조대 사다리차가 출동했으나,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이삿심센터 사다리차가 긴급히 대체투입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마에 손녀를 잃은 A씨(80)는 “대학에 합격한 손녀가 살 뺀다고 헬스장을 갔는데 갑자기 `화재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아요'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전화하더라”며 “구조대에 `유리창을 깨서라도 손녀를 구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방치했다”고 분개했다.

구조대는 건물 옥상 등으로 대피한 이들을 사다리차와 에어매트 등을 동원해 구조했다.

불이 나자 소방헬기 3대와 제천, 충주, 단양, 원주 소방서 인력 500여명이 투입돼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대 차량이 제때 출동하긴 했지만 고층건물 구조용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B씨(67)는 “건물에서 불이 났을 당시 소방서 사다리차가 펴지지 않아 초기 구조와 진화에 실패했다”며 “구조대가 뒤늦게 이삿짐센터 사다리차를 불러 건물에 있던 주민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 시설 이용자의 가족들은 현장에서 애를 태웠다.

한 남성은 “아내가 2층 사우나에 갇혀 있다. 어서 구해달라”며 소방대원들에게 울부짖었다.

김모씨(45)는 “지인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부상자 등의 신원을 확인하려 해도 당국은 알 수 없다고만 한다”면서 “진화가 늦어져 화를 더 키웠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에서 외복 청소업체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3명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건물 외벽에서 일을 하던 이양섭씨는 불이 나자 회사 사다리차를 화재 현장에 긴급 투입해 8층 베란다 난간에 대피해 있던 3명을 구해냈다. 이씨의 구조활동이 더 늦었다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씨는 “멀리서 연기를 보고 화재 현장 부근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건물 옥상에 여러 명이 매달려 있다고 해서 서둘러 사다리차를 몰고 와 8층 외벽에 사다리를 붙였다”고 말했다.

구조된 3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고,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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