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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수요단상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l승인2017.11.15l수정2017.11.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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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호<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까 애태우는 궁핍함보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하는가라는 다양함이 훨씬 큰 고민거리가 되는 요즈음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청주시장이 중도하차했고,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입시한파'의 예고 속에 단 하루의 시험에 나머지 인생의 명암을 걸어야 하는 대입 수능의 위태로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발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방송의 정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MBC 문화방송 노동조합의 71일 동안의 긴 파업이 마무리되게 되었습니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1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장겸 MBC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했고, 노조는 15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한 노동조합원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계의 위협을 호소하는 조합원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며 탄식하는 그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면서 길어질 파업에 대비하는 동료들도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표면적인 업무복귀 명분은 김장겸 사장의 해임입니다. 내가 방송의 파업과 비정상적인 흐름이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길 기원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오로지 경영진의 진퇴 여부로 파업의 진정한 뜻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이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공정성을 유지하고,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명제가 단순하게 경영진의 물갈이로 표면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방송의 파행을 걱정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파업을 노사간의 갈등이거나 노노 간, 즉 구성원들 사이의 알력과 주도권 다툼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나 역시 며칠 전만해도 이런 왜곡된 전달체계로 인해 (방송 파업의)본질이 흐려지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으로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정권에 의해 휘둘리는, 그리하여 공정성을 상실한 그동안의 방송은 사실 조금씩 나빠지면서 얼마나 나빠지는 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위험의 도구나 다름없었습니다. 물론 언론노조 MBC본부가 2010년 39일, 2012년에도 무려 170일 동안 파업에 나서며 방송정상화에 안간힘을 기울여 왔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은 내부의 인적 자원을 통해 내부가 분열되는, 그리하여 누구는 탄압받고 누구는 혜택을 받는 대립구조에 일정부분 매몰되고 있었음은 자성해야 할 일입니다. MBC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의 구성원들은 고학력 전문직이고, KBS의 경우 구성원 절반 이상이 1억원이 넘는 고액연봉자에 해당합니다.

방송의 정상화와 공공성의 확보가 이번 파업의 가장 핵심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음은 (일반 국민들에겐)이런 상대적 박탈감도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재미를 본 만큼 (공정방송이 되면)앞으로의 위험이 만만하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는 정치권의 선전 선동도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내지 못할 만큼이거나 아주 천천히 옥죄이는 방송장악의 음모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책임은 여전히 방송종사자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마이크와 카메라 대신 피켓과 종 주먹으로 국민과 만나야 하는 방송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여주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정권이든 당당하게 비판하고, 자신들보다 훨씬 낮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눈높이를 맞추는 말과 화면으로 세상을 만들어가기 바랍니다.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방송의 진정한 주인에게 온전한 방송으로 다가가는 일, 그리하여 `만나면 좋은 친구 MBC문화방송'의 시그널이 아름다워지길….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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