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폭우로 곳곳에 스키장만한 산림 훼손···환경당국 관리안해 복원 '빨간불'
백두대간 폭우로 곳곳에 스키장만한 산림 훼손···환경당국 관리안해 복원 '빨간불'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8.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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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2017 기후변화 산사태 현장실태' 보고서
기상이변으로 산사태 잇따라 발생…생태계 훼손 초래
"정밀 조사와 전수조사를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해야"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 최근 대규모 산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생태계 훼손과 자연경관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해마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여름철 폭우와 점차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어가는 기후이변으로 고산지대 수목이 고사하면서 산사태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연합이 20일 발표한 '2017 기후변화 산사태 현장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부권역에 36개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7월부터 올해 7월말까지 2년간 전국의 보호구역과 고산지역의 산사태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특히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 북사면 1700m 이상 고지대에는 진행길이 735m, 308m로 채석장보다 큰 산사태가 2개소나 발생했다. 훼손면적은 각각 3만㎡, 1만㎡에 달한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백두대간 곳곳에 스키장만한 산림 훼손지가 발생하고 있다"며 "확인된 곳만 10개 지역이 넘는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산사태의 발생 원인을 온대에서 아열대로 접어드는 기후이변에서 찾고 있다.

한반도 남쪽에는 산림과 자연이 버티기 힘들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폭우는 지난 2007년까지 주로 지리산과 설악산을 중심으로 발생하다가 2010년부터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일반지역보다 더 강력한 폭우가 쏟아지는 곳이다.

문제는 고산지역의 산림 생태계는 강우에 더 취약한 것. 지리산 아고산대(해발 1700m 전후)에 서식하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는 뿌리가 수직으로 내리뻗는 활엽수와 달리 수평으로 퍼져 산사태 피해가 더 크다.

게다가 산사태 발생지역이 방치되면서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인 경북 울진 왕피천의 경우 2010년대 전후에 산사태가 발생해 아직까지도 토양과 지반층이 쓸려 내려간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환경부와 지자체는 복구가 힘들다는 이유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산사태가 확산된다면 자연복원은 불가능하며 생태계의 직접적인 훼손과 변화를 피해갈 수 없다"며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보전 관리에서 기상이변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정밀 조사와 전수조사를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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