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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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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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자
김 태 경 <백두대간 시민보존 연대 사무국장>

전국 곳곳에 길이 아닌 도로가 만들어지고 포장되고 있다. 당장 우리 주변의 여러곳에서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걷던 길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들이 차지한 채 시속 80Km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야생동물들이 다니던 길을 외면하듯이 도로는 포장되어 산을 깎고 메운다. 야생동물은 일방적인 찻길을 목숨을 걸고 건너던지 아니면 길 건너편의 서식처를 포기해야 만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인 관계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산을 올라가지만 산을 가는 목적이 올라가는 과정에 있지 못하고 산 정산에 올라서서 정복의 희열을 외치고 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옛날 논둑길을 걷던 이야기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논둑길은 제초제로 누렇게 말라버린 푸석푸석한 풀로 가득차 이미 걷는 길이 아닌 물을 가두는 의미만이 존재한다.

존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는 죽어가고, 물질적인 것에 의해 강조되는 몇 안되는 의미만 남게 되어가고있다. 이러한 연장에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의 의미가 현대사회에서 점점 그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과정도 중요하다면서 결과만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핀잔을 주던 사회는 점점 없어지고, 그 누구도 그 중간 과정을 보지도 못하고 결과, 목적점만 보고 달리고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빨리가기 위한 노력만이 중요시 되는 결과를 낳는다.

굳이 환경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느리게 갈 수 있는 길, 도로가 아닌 사람의 길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환경문제가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 해주는 것이리라.

이러한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할까

하루빨리 성과를 거두고 그동안 잊어먹었던 과정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이미 어른들의 기억과 전혀 틀린 기억을 갖고 있는 우리 다음세대에게 그 잊어먹었던 과정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 이제우리 다음세대에게는 아무리 과정의 중요함을 교육한다고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너무 암울한 생각인가

환경을 보전하는 것, 느리게 사는 것, 길을 걸으며, 과정을 생각하는 것의 의미는 모두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학문적이고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의 기억과 다음세대의 기억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를 바꾼다는 것이 그렇게 멀고 험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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