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천안전투, 마틴공원 …
7·8 천안전투, 마틴공원 …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6.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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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6·25전쟁 발발 직후 벌어진 7·8 천안전투의 결과는 개전 초기 미군이 얼마나 북한군의 전력을 얕잡아봤는지를 잘 보여준다.

1950년 7월 8일 오전 6시. 적군이 탱크 6대를 앞세워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맞선 미 24사단 34연대는 그야말로 `주먹으로 바위치 듯' 싸우다 단 3시간만에 패퇴했다. 개전 후 2시간만에 연대장인 마틴 소령이 적군의 포탄에 산화하고 다시 곧바로 철수 명령이 내려졌다. 시내 외곽지역인 삼용리(지금의 천안시 동남구 천안삼거리 부근)에 34연대 지휘 본부가 있었는데 3대대장이었던 스미스 중령이 오전 10시 지휘본부에 도착해 혼절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당시 천안전투에서 사망한 미군의 숫자는 129명. 오전 6~9시 단 3시간 동안의 교전에서 병력의 절반 이상 손실을 봤으며 천안전투에 참여했던 34연대본부의 장교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포로가 됐으니 연합군으로선 치욕스러운 전투가 아닐 수 없었다.

미군이 보유한 화력은 북한군의 T-34 전차와 맞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포병부대가 보유한 75mm 무반동총과 보병들의 2.36인치 로켓포는 전차의 장갑을 뚫지 못했다. 개전 초기 T-34를 앞세워 파상적으로 밀어붙이는 북한군의 화력에 국군과 연합군은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천안까지 밀리다 삼남의 통로인 천안삼거리 방어선을 내주고 말았다.

7·8 천안전투에서 산화한 마틴 대령은 6·25전쟁 발발 후 최초로 전사한 미군 연대장이다. 그는 천안삼거리 부근에서 시가지 방향인 구성동 네거리 민가 오두막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중 직접 적의 탱크와 맞서다 포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미국은 첫 고위 지휘관급 인물의 용맹한 죽음을 십자무공훈장을 수여해 기렸다. 7월 11일이었다.

삼용동 천안삼거리초등학교 옆에는 그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마틴공원이 있다. 1980년대 초 전몰 미군 추모비만 있었던 곳을 천안시가 장소를 확장 이전하고 공원 이름을 마틴공원으로 명명해 타국 땅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이들을 기리고 있다.

국가보훈처도 뒤늦게 마틴 대령의 공로를 인정, 마틴공원을 2014년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현충시설은 국가 유공자들의 공훈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건축물이나 조형물, 사적지 또는 공원 등으로 애국심 함양에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곳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천안에는 마틴공원 말고도 현충시설이 두 곳 더 있다. 6·25전쟁 때 희생된 전몰군경 등 1000여명 선열의 위패를 모신 `천안인의 상'(2002년 지정)과 1952년 강원도 백마고지 전투 때 육탄으로 적진을 파괴하고 산화한 천안출신 고 오규봉 하사의 동상(2013년 지정) 등이다.

지난 25일 천안신부문화회관에서 6·25참전전우회 주최로 6·25 67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는 천안시장, 시의회의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정치인 등과 보훈처 공무원, 보훈관련 단체 회원 등 800여명.

그러나 비가 흩뿌리던 이날 마틴공원 전몰 용사 추모비를 비롯해 천안인의 상, 오규봉 하사 동상에 헌화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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