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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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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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생각은 뭘까
청주 덕성초등학교 남상인 교사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산과 들을 바라보며 언제나 깨끗하고 순수함을 잃지 않는 교사가 되리라 다짐해 본다.

짧은 교직생활을 접고 경치 좋고, 인심 좋은 괴산에서 시골아낙네들과 같이 5일장에도 가고 봄에는 나물도 뜯으러 다니며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다가 설렘과 두려움으로 다시 교직에 발을 내딛게 된지 6년째, 조심스럽게 걸음마를 배우며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그 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새해 설계도 해 보는데 늘 후회의 연속이다. 좀 더 아이들에게 잘 해 줄걸….

올해는 특히 6학년을 담임해서 더 후회가 크다.

국어시간에 다섯째 마당에서 '20년 후의 만남'을 이야기로 꾸며 쓰기를 하였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자라고 집에서 살림한다는 아이는 한명도 없다. 축구선수가 되어 선생님께 리무진을 사 드린다는 의섭이,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가 되어 자기가 디자인한 옷을 만들어 가지고 나와서 선생님께 드린다는 서희, 자기가 발명한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경철이, 학교 선생님이 되어 열심히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현아, 또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있다는 현주, 수학교수가 되어 있다는 웅재 등등….

정말 뿌듯하고 코끝이 찡해 왔다.

학급홈페이지에는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께 편지를 올려 보라고 했더니 아주 의젓하게도 선생님, 선생님 마음 이제야 알겠어요. 선생님 사랑 잊지 않겠어요라고 쓴 아이가 많았다.

이것은 담임이 확인을 하니까 그렇고 '친구들의 생각은 뭘까'를 알아보는 설문 조사를 했다. 질문이 7가지였는데 그 중 질문6,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에서 인성교육을 너무 잘못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기명일 때와 무기명 일 때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1위가 선생님, 사랑합니다. 2위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3위가 체육시간에는 축구 좀 많이 해요. 4위가 자리 좀 마음대로 앉게 해 주세요.

그런데 '없음' 이렇게 쓴 아이들이 5명이나 있었다. 평소에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누누이 강조했건만 무기명으로 했으니 이게 솔직한 아이들 심정이리라.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만 하면 진도는 언제 나가고 체육 교육과정은 하나도 못 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요즈음 '혁신'이라는 말이 많이 대두되고 있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혁신의 뜻은 묵은 풍속이나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나도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방법을 바꾸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행복할 수 있게 아이들의 재능을 인정해 주고 너는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엄마가 볼 때는 내 자식이 최고인 것처럼….

좀 더 따뜻한 가슴으로 아이들을 사랑해 주고,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해주고, 존중해 주고, 잘못은 바로 잡아주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리라.

아이들의 높고 푸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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