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요동 … `캐스팅보트' 충청권 민심 잡아라
대선판 요동 … `캐스팅보트' 충청권 민심 잡아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7.03.13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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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호남보다 충청권서 더 높은 지지율 보여

반 전 총장 출마포기 … 안희정 대망론 불씨 살려

전체유권자 중 비중 10%대 불구 승패 향방 좌우

1992년 14대 대선때부터 청와대 입성 공식 생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결정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탄핵을 놓고 반으로 나뉘었던 시민, 다시 말해 유권자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판세를 점치기 어려운 까닭이다. 매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권의 민심이 이번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흥미로운 이유기도 하다. 가까운 선거 성적표만 봐도 충청권은 늘 여야를 번갈아 택했다.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은 충청권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2014년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는 충청권 광역단체장은 야당이 휩쓸었다.

# 집회민심 대선구도로
먼저 탄핵 결정의 원동력이 된 촛불집회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다소 차분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다는 점에서 그간의 분노가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촛불집회 참여 세력 가운데 야권 지지 강도가 높은 시민은 대선이 가까워지며 정권교체를 주장,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전 대표 등을 지지할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중도층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앞으로의 정국 분위기를 읽으며 관망할 수 있다.

보수층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심판론이 혼재하며 분열 양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큰 틀의 흐름은 보수 후보 단일화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다만 태극기 집회 주도 세력과 손잡은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자유한국당 일부 세력이 박 전 대통령 동정론에 힘을 실으며 보수층 결집에 나설 수 있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으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에 불복, 극우 보수적 행태로 여론의 중심에 서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보수 분열로 이어지게 되는데 친박 동정론파와 `포스트 박근혜'를 지향하는 중도 보수파가 등을 돌릴 수 있다. 보수진영의 대선 판도도 당연히 자유한국당 파와 바른정당 파로 나뉘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선거 막판이 되면 문 전 대표와 `반문' 진영간 싸움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반문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해내느냐, 보수의 분열과 중도세력의 마이 웨이가 어우러져 다자간 승부가 되느냐가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www.nesdc.go.kr)을 참조하면 된다.
 
# 충청권 대선 민심 시시각각 급변
충청권 민심은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포기 전에도 충청권의 표심은 문 전 대표에게 더욱 쏠렸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강세였던 것이다.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청권에서도 앞선 조사 결과가 많았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12월 30~31일)의 대선 후보 3자 가상 대결 조사에 따르면 충청권에서 문 전 대표(42.8%)가 반 전 총장(33.6%)을 앞섰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8.0%였다. 양자 대결 지지율도 충청권에서 문 전 대표(46.3%)가 반 전 총장(36.6%)보다 높았다.

경향신문·한국리서치(12월 27~29일)의 3자 대결 조사도 충청권에서 문 전 대표(39.4%)가 반 전 총장(28.4%)보다 지지율이 높았고, 문화일보·엠브레인(12월 27~28일)의 다자 대결 조사 역시 충청권에서 문 전 대표(25.4%)가 반 전 총장(19.7%)을 앞섰다.

이런 충청권 민심을 놓고 정치권에선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일시적 현상”, “반 전 총장이 적극적 출마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 “충청 지역 특유의 본심을 숨기는 성향” 이란 등의 분석이 주를 이뤘다.

정당 지지율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인 호남보다 충청권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5%였지만 충청권에서는 51%를 기록했다. 또 인천·경기에서의 민주당 지지율은 46%로 호남보다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공개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당 11%, 자유한국당 11%, 바른정당 5%, 정의당 4%, 없음/의견유보 25%로 각각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은 각각 1%p 하락했고 국민의당은 2%p, 정의당은 1%p 상승했다. 바른정당은 변함 없었다.
 
# 대망론 불씨 살린 안희정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 전 총장의 출마 포기로 꺼지는 듯했던 충청권 대망론에 불씨를 살렸다는 평이다. 안 지사는 `선의  발언'으로 지지율 정체기를 겪다가 2%p 오르며 반등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소폭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지난주 대비 2%p 하락한 32%를 기록했지만 1위를 차지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선의 발언을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 안 지사는 지난주 대비 2%p 오른 17%를 기록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p 오른 9%를 기록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주와 같은 9%를 나타냈다.

당내 경선 지지층 결집에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주와 같은 8%를 기록했다. 그 외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1%에 머물렀다.

리얼미터가 지난 6~8일 전국 19세 이상 1530명을 대상으로 조사(MBN·매일경제 의뢰)한 대선주자 지지도는 문 전 대표 36.1%,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14.2%, 안희정 충남지사 12.9%, 이재명 성남시장 10.5%,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9.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 충청민심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
대선 모드로 전환되면서 전체 유권자의 10%에 해당하는 충청권 민심이 역대 선거에서 그랬듯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충청권에서 당시 세종시 수정안 부결 후 박근혜 후보가 우세를 점해왔다. 2012년 4·11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이 대전·충남·충북의 전체 25개 선거구 가운데 절반인 12곳에서 승리하며 18대 국회에서 3석이던 의석수를 크게 불리기도 했다.

과거 대선에서 충청권은 `대선 승률 100%'의 힘을 나타냈던 게 사실이다. 고정 지지층이 많은 호남·영남권과 달리 충청권 표는 유동적이다 보니 여야 모두에게 충청권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장악해야 할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충청권이 전체 유권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이지만, 영호남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여야의 힘겨루기 속에서 승패의 향방을 좌우하는 균형추 구실을 톡톡히 행사해 왔다.

충청권이 선택한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하는 공식이 생긴 것은 1992년 14대 대선부터였다. 3당 합당으로 당시 김종필 신민당 후보와 손을 잡은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충청권에서 크게 이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앞세워 이회창 후보에게 40만8319표 차이로 승리했다. 2002년 대선에서도 충청의 마음을 얻은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노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걸고 충청을 공략해 52%의 득표율을 올렸다. 충청 출신이었던 이회창 후보를 두 자릿수 이상으로 너끈히 따돌렸다.

17대 대선에서 사상 최대 표 차이로 승리한 이명박 후보도 충청권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크게 이겼다.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이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전국적인 민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란 공식이 생긴 대목이다.

조기 대선을 겨냥해 잠룡들이 충청권 공략에 공들이는 점도 이런 전략적 가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원인 충청권을 잡아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 대선 공식화가 된 점도 이 때문이다 보니 여야 후보들이 중원공략에 몰두하고 있다.

/하성진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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