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 측의 보복 조치가 잇따르면서 롯데그룹을 비롯한 중국 진출 국내 유통업계는 물론 국내 여행업계까지 줄줄이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언론들은 연일 '롯데 때리기'에 소비자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어 중국 내 반한 감정도 극심해졌다.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지난달 28일 해킹당해 현재까지도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롯데면세점 모든 사이트가 디도스(DDos)공격으로 3시간여 마비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여기에 산둥(山東)성의 칭다오(靑島) 검험검역국은 최근 롯데제과 요구르트 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가 적발·소각 조치했으며, 롯데마트 중국 매장 중 절반이 넘는 55개 매장에서 소방법 위반 등의 이유로 영업 정치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면세점, 화장품, 식음료, 관광 등의 업계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으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불똥 맞은 '롯데'…해킹피해부터 통관 중단 수출 지연까지
롯데는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다. 현재까지 롯데그룹은 약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왔다.
이를 통해 톈진(天津), 웨이하이(威海) 등에서 백화점 5곳, 롯데마트 112개, 롯데리아 18개 등 총 22개 계열사에서 120여개 사업장,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여기에 식품 및 화학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때문에 롯데그룹은 사드부지 제공에 따른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 부지가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확정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불매 운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보복 조치의 타켓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는 롯데의 중국 홈페이지는 현재까지도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 2~3일에는 롯데면세점 국내 및 모든 언어 인터넷면세점 홈페이지도 디도스 공격으로 접속 장애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중국 내 반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중국 롯데백화점 매출은 사드 배치 전 대비 15% 가량이 감소했다. 중국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1.8% 증가, 올해 큰 성과를 기대했지만 사드 악재가 중국 사업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지난 2일부터는 롯데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칠성 음료 제품의 중국 수출에 대한 현지 통관이 중단되면서 지연되고 있다.
그동안 서류 미비일 경우 관련 서류를 추가해 제출하면 통관이 가능했으나, 최근 사드 보복 조치 등으로 통관 및 검역이 강화돼 현재까지도 통관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롯데가 중국사업 철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커 비중 절대적'…면세업계, 당장 피해 보다 존폐 위기
중국 비중이 절대적인 면세업계와 화장품 업계에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804만여명으로 이중 개별 여행객과 단체 관광객은 6대4의 비율을 이뤘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여행사를 통한 방한 중국 관광객은 이중 60~70%다.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3조1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80%가량을 차지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장충동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 중 70~80%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그나마 대형 면세점의 경우는 어느 정도 타격을 예상하며 버텨낼 수 있지만 지난해 오픈한 신규면세점의 경우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 등 흑자 전환한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신규면세점은 낮은 매출과 적자 운영 등으로 존폐 위기다.
여행사 및 호텔업계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대형 여행사들은 주요 고객층이 아웃바운드 여행객이라 큰 영향은 없지만, 국내에서 유커들을 상대로 하는 중소 여행사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호텔업계도 단체 관광객의 비중이 높지 않은 특급호텔의 경우 당장의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10만원 대의 중소 비즈니스 호텔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유커들의 급증으로 국내 및 외국계 비즈니스 호텔이 잇달아 오픈하면서 새로 문을 여는 신규 호텔의 수익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中 반한감정·불매 운동 '노심초사'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직격탄'를 맞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갓 중국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부터 중국 내 어느정도 기반을 마련한 업체들까지 '한국산' 이미지 표출을 최소화해 제품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 내 14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CJ푸드빌은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 진출을 가속화한 상황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지난 1월 충칭 1, 2호점을 통해 중국 전역을 공략할 4개 거점을 확보, 이들 거점을 통해 올해 중국 매장을 100개로 늘리고 오는 2020년까지는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었다.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SPC그룹 파리바게뜨 및 중국 진출 15년 만에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했던 MPK그룹의 미스터피자도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tvN '도깨비' 등 한류드라마의 영향으로 중국 진출 이후 호황기를 누렸던 치킨업계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하이에 오픈한 한국식 치킨매장에는 3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하고, 중국어로 '치맥'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등 대륙에 불기 시작한 치맥 열풍에 덩달아 매출 호황을 누리던 BBQ, bhc, 교촌치킨, 굽네치킨 등 국내 치킨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안간다"…中여행 취소 봇물
중국 정부의 도를 넘은 사드 보복 규제가 이어지면서 반중 감정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평소 날씨가 풀리는 3월은 중국 여행의 성수기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중국의 한한령을 시작으로 한국 여행 금지 등으로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주까지 3~4월 출발 예정인 중국 여행과 관련해 취소 및 현지 안전에 대한 문의가 평소 2~3배 늘어났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주 소비자들의 중국 여행과 관련된 문의가 이어진 가운데 3~4월 출발 예정인 소비자 중 4%가 취소를 결정했다. 문의했던 내용도 중국 내 안전을 비롯해 여행 취소위약금이나 동남아 쪽으로 여행일정 변경 등이었다.
인터파크투어는 현재까지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는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평소 대비 중국 상품 관련 문의가 2~3배 증가했다.
중국행 패키지나 항공권을 예약한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판매건수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최근 일주일(2월27일~3월5일) 간 중국 관련 여행상품 매출은 급격하게 줄었다. 사드 보도 초기인 2일에 판매했던 '중국 대련 2박3일 여행상품'과 4일 '상해 3박4일 여행상품' 주문건수는 평균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중국 여행상품이나 항공권을 판매하는 G마켓이나 11번가에는 중국 여행에 대한 안전을 우려한 상담 전화가 평소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박형규 롯데홈쇼핑 가전리빙팀장은 "최근 사드 이슈로 인해 중국여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감으로 관련 여행 상품 취소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당장 차주부터 진행 예정이었던 '장가계' 등 중국 여행상품도 고객들의 우려 속에 동남아 여행상품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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