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자
길을 찾자
  • 임도순<수필가·음성농기센터 소장>
  • 승인 2017.03.0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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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임도순

집을 나서면서 운전은 시작된다. 길 양옆에 도열하고 있는 차들이 선을 따라가지 못하게 방해꾼이 되어, 양 바퀴 중앙에 노란 선을 끼고 조심조심 나가는 운전이 일상화되어 있다. 주차장으로 변신한 도로를 보면 해결 방안이 없지는 않을 텐데 변하지 않는다. 서 있는 차를 피해 운전하다 보면 짜증도 나지만 현실에 벽이 너무 두껍게 숨어 있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언제나 마음 놓고 운전할 날이 오기는 하려나.

차선이 길을 안내한다. 도로의 중앙에 노란 선으로 벽을 쌓아 넘지 못하게 하고, 노란선 양쪽에는 흰색의 선이 있어 차량의 흐름이 이어진다. 가는 방향이 바뀌는 곳에는 정지선이 있어 안전을 확인하고 목적지로 달린다. 방향이 잘못되어 역방향으로 차선을 바꾸려면 중앙에 선이 점선으로 되어 있고 조건이 맞을 때 돌아가야 한다. 어디를 가나 똑같은 표식이 안내하여 안전하고 빠른 길로 인도한다.

도로가 개설되면 바로 주차장으로 변신한다. 차량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례해서 주차장이 생겨야 하는데 현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여 일어나는 사건이 종종 홍보 매체를 통하여 나오는 걸 보면 빠르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시골마저도 어려움을 겪음은 물론이고 도시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아니한다.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어려울 것이 없을 텐데도 관심이 부족하다.

이웃나라 일본을 여행하며 도로의 사정을 관심 있게 보았다. 시내를 다녀도 시외로 벗어나도 도로변에 서 있는 차가 눈에 띄지 않는다. 관광으로 여러 도시를 다녀 보았지만 어디나 똑같다. 버스로 이동하다 코스모스가 곱게 핀 지역이 보여 잠시 버스에서 내려 사진을 찍기로 했다. 도로변에 주차하면 특별한 조치가 취해진다며 기사가 다시 승차 시간을 정하고 어디론가 갔다가 왔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도심지를 걸을 때 장난감 같은 차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소형차보다도 훨씬 작은 2인승 차량이 공간도 없이 줄지어 서 있다. 궁금하여 여행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시내에 대형 승용차가 진입하면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단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만 대형차로하고 시내에서는 작은 차 운행이 생활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주차 관리도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주차로 일어나는 마찰이 날이 갈수록 심화 되는 데 따른 처방이 나와야 한다. 선진국의 모범 사례와 우리의 현실을 종합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데 관심이 부족해 보여 아쉬움이 크다. 누구나 느끼면서도 앞장서지 않고 미루고 있으니 해결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길을 나서며 부탁한다. “도로야 너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렴.” 길이 답한다. “응? 나는 항상 제자리에 있어,” 나는 더 할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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