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사에도 개입한 청와대 경호실
경찰 인사에도 개입한 청와대 경호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7.01.09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최순실 사태 덕분에 승진을 했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지난해 12월 초 경찰청 정기 인사 때 나온 말이다.

예년보다 1개월 일찍 단행된 이날 인사에서 경무관 16명, 경찰 보직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승진 임용 예정자 86명이 발표됐다.

그런데 이날 승진자 명단에는 해마다 후보 명단에 올랐다가 탈락했던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대부분은 경찰 조직 내에서 실력과 경륜이 검증된 이들로 이미 총경으로 승진했었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 못할 사람들이었다.

늘 `물만 먹던' 이들은 이번에서야 승진돼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다.

총경 후보자들은 인사 승진 대상 명단에 포함됐다가 3년 정도 미끄러지면 후보 명단에서조차 탈락해 그대로 경정 계급으로 경찰 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늦깎이로 총경으로 승진한 사람들에겐 이번 승진이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당시 인사를 놓고 경찰 조직 내에서는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아 그나마 공평한 인사가 단행됐다는 소리가 나왔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총경급 이상 인사는 청와대나 정치권의 낙점이 없으면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퍼져 있는 상태.

이는 경찰 인사 시스템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경찰 인사에서 총경급 이상 계급은 대통령이 직접 사령장을 준다. 경찰청장이 추천하고 행정자치부장관이 제청하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구조다.

지난 주말,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경찰청이 발칵 뒤집힐만한 특종을 보도했다.

청와대 경호실 고위 근무자가 2015년 말 즈음 작성한 노트 11장 분량의 사진 파일이 폭로됐다.

이 노트에는 수십 여명 경찰의 이름과 함께 신상 명세는 물론, `다음번 정기인사 때', `7월 정기인사 시' 등 인사 시점과 함께 해당 경찰관이 누구의 사위·처남·조카라는 등 `인사 청탁'을 위한 명단으로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최순실의 이름도 발견됐다.

 `최순실-101단 통제 경찰관리관 101단장 교체'라고 적혀 있었는데 최순실이 인사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1경비단은 청와대 내부 경비를 맡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조직. 실제 어제 막을 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이 측근들의 출입을 통제하려 했던 경찰 간부가 교체됐다는 증언이 나왔었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청와대의 인사 개입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전직 경찰서장이 이런 말을 했다. “2년 전 (경무관) 승진을 앞두고 주위의 도움으로 청와대 비서관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탈락하고 말았다”

이런 말도 했다. “조직내에서의 인사 점수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고위직은 청와대 끈이 없으면 승진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오래전부터 들었다”

조직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의 `추천권'을 묵살하고 임용권이 없는 하위직 경찰 인사에도 개입하는 청와대. 막장 드라마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