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는 덕분에 …
검찰이 노는 덕분에 …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0.3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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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검찰이 노는 덕분에 진실이 밝혀졌다.”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국민 사이에서 회자하는 말이다.
 JTBC가 지난달 24일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된 버려진 태블릿PC를 발견해 그 파일 내용을 폭로했다. 최순실이 버린 상자에서 기자들이 태블릿을 입수해 분석했다. `특종은 쓰레기통에서 나온다'라는 업계의 속설은 여지없이 입증됐다.
 버려진 태블릿 안에는 엄청난 내용을 담은 파일이 발견됐다. 박근혜 정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냈다는 극비 사항의 드레스덴 연설문을 비롯해 인사, 예산 등 국가 정책을 좌우할 여러 자료가 수십 건이나 민간인인 최씨에게 건네졌다.
 기사의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청와대와 대통령은 곧바로 다음날 사과에 나섰다. `녹화 사과'였다는 점이 공분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정도로 뉴스의 파급력은 막강하고 위력이 있었다.
 그런데 항간에는 검찰이 아니었으면 이 특종은 영원히 없었을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검찰이 만약에 이 태블릿PC를 먼저 발견했으면 최순실 게이트는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만약에 일선 수사 검사가 압수 수색 중 이 파일을 입수해서 상부에 알렸다면 과연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밝혀질 수 있었을까. 대부분 국민이 `아니올시다'란 생각을 하고 있다.
 검찰을 못 믿는 대한민국. 그래서 정치권이, 아니 국민이 특검을 요구해도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 숙이고 있는 검찰. 2016년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다.
 검찰의 불신은 그들 조직 스스로 자초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터지기 전의 타임라인을 펼쳐볼까.
 제일 먼저 최순실 의혹을 터뜨린 것은 다름 아닌 TV조선이었다. 7월 26일 TV조선은 처음으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민간문화재단인 미르가 설립 2개월 만에 대기업의 후원금 486억원을 끌어모았고 안종범 청와대 정책 조정 수석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창립 총회는 가짜',`의문투성이 쌍둥이 재단 미르·K스포츠' 등 10여개 보도로 두 재단의 의혹을 보도했다. 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미르재단 인사에 개입하고 차은택이 대통령과 독대하는 등 재단과 정부 권력과의 유착을 들춰냈다. 그러나 검찰은 꿈적대지 않았다. 다른 언론들도 방관자에 불과했다.
 이후에는 한겨레신문이 등장했다. 한겨레는 처음으로 최순실의 실체를 찾아냈다. TV조선에 이어 K스포츠 재단을 취재하던 중 최순실이란 이름을 지면에 등장시켰다. 우병우의 청와대 입성이 최순실의 입김에 의한 것이었고, K스포츠재단의 탄생과 모금에 최순실이 개입한 정황을 찾아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기사 역시 TV조선에 이어 묵살해 버렸다. 이후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최순실 모녀의 비리 의혹을 추가로 밝혀냈는데도 역시 검찰은 똑같았다.
 결정적인 한방은 JTBC가 먹였다. 최씨가 사무실 공간에 처분을 위해 버린 상자에서 발견된 태블릿PC에서 온 국민이 경악할 만한 내용이 담긴 파일이 발견됐다. 이때가 10월 25일.
 검찰은 다음날 26일에 첫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TV조선의 첫 보도 이후 꼭 3개월 만이었다. 이런 검찰을 국민이 어떻게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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