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마다 '개헌 셈법' 제각각
여야, 대선주자마다 '개헌 셈법' 제각각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10.2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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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환영', 野는 '최순실 게이트 무마용' 경계
대선주자들도 개헌 셈법 제각각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전격 제안한 데 대해 새누리당은 환영 의사를 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면전환용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시기적으로도 매우 적절하다"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개헌이 대한민국의 과거 질곡 역사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밝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전문가 그룹은 물론 국민적 여론을 면밀히 청취해가면서 개헌논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개헌 논의 제안이 최순실 게이트 등 국면전환용이라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만 민주당은 반발 의사를 보다 강하게 드러낸 반면,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개헌 논의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도차를 보였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시정연설에 나온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개헌론 제안은 난데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순실, 우병우 등 측근 비리를 덮으려는 정략적 개헌, 국면전환용 개헌 논의 제안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도가 불명확한 정략적 개헌 논의엔 동의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이 개헌을 고리로 정치에 개입하려 해서도 안 된다"고 발언, 개헌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국회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누가 봐도 최순실, 우병우 등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그러나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대통령 임기 내 개헌 추진 입장을 표명한 것은 환영한다"고 개헌 논의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선 주자들과 여야 주요 정치인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여당 주자들은 대체로 개헌을 환영했으나, 야당 주자들 사이에선 각각의 입장에 따라 반응이 갈렸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직후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크게 환영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요구하던 개헌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각 당 정치주체들이 마음을 비우고 나라를 위해 필요한 개헌 특위를 빨리 구성해 이 일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대한민국 리빌딩(rebuilding)의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것을 환영한다"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대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야당에서는 개헌 필요성을 꾸준히 제시해온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시기적으로는 적정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본다"고 환영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개헌론 제기가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에도 "국회 내에서 개헌이라는 게 방향이 뻔한 거 아니냐"며 "그걸 가지고 뭐 이러고 저러고 시비할 게 별로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내 또다른 개헌론자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은 "임기 말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모양새를 취하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청와대 주도 개헌에는 경계감을 드러내면서도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역시 환영을 표했다.

반면 민주당 내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임기 말, 또 우리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해 오셨다"며 "지금 갑자기 개헌을 말씀하시니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어쨌든 개헌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즉흥적으로 답변하기보단 박 대통령이 제안하신 취지 등을 좀 더 살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직접적인 찬반 입장표명은 자제했다.

정치권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시겠다는데 지금 현재 우병우, 최순실 이런 일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국면전환용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안 전 대표는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될 텐데 합의까지 이룰 수 있을지, 합의를 하지 못하면 국회에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를 국면전환용으로 재차 평가절하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다분히 우병우, 최순실 등 논란을 블랙홀로 만들려는 정략적인 면도 숨어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헌을 임기 초에 했으면 가능했지만 대통령 선거 1년을 앞두고 제안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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