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노인의 날
제20회 노인의 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0.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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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1992년 충북 괴산에서 근무했을 때 한 장수 마을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불렸던 청천면의 한 마을이었는데 당시 100여 호가 모여 사는 그곳에는 유달리 장수 노인들이 많았다. 취재를 하면서 그 마을의 이장님 나이가 50대였다는 것을 알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60세가 넘으면 모두 노인 대접을 받던 시절.

젊은 사람들이 모두 타지에 나가 살면서 하는 수 없이 이장을 맡게 됐다는 그 이장님의 한숨 섞인 푸념이 눈에 선하다.

당시만 해도 50대 마을 이장이 아주 드문 시절이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50대 이장뿐이 아니라 60대 이장들도 하주 흔한 시절이 됐다.

고령화 사회가 된데다 대부분 농촌에 노인들만 남게 되면서 70대 이장들도 속출하고 있다. 60대 나이로는 노인 축에 끼지도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비단 시골뿐만이 아니다. 도시지역 경로당만 보더라도 60대는 이제 노인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어쩌다 시절 모르고 60대 초반 나이의 ‘청춘’이 경로당에 나갔다가는 “젊은 놈이 왜서일 않고 경로당 출입을 하느냐”고 핀잔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대부분 경로당은 자체 회칙을 만들어 65세가 넘어야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나마 회칙일 뿐 경로당에서 장기바둑을 두며 소일하는 노인들의 나이는 대부분 70대 이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제20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대한노인회를 비롯해 노인단체 관계자와 훈포장 수상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히 열린 이날 행사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100세가 되신 어르신들에게 청려장(청려장)이 전달됐다.

명아주 대로 만든 청려장은 신라시대 때부터 왕이 장수한 노인들에게 선물한 귀한 지팡이다. 건강과 장수라는 의미를 담은 이 청려장은 본초강목에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않는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민간에서도 신경통에 좋다고 효험이 있는 귀한 지팡이로 여겼다.

올해 이 지팡이를 받은 노인은 모두 1488명이다. 지난해 아흔아홉 나이에서 올해 백세가 된 노인들이다.

청려장을 받는 노인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2년 1201명, 2013년 1264명, 2014년 1359명, 2015년 1432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가파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인의 날을 맞아 다양한 통계가 발표됐다.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절반이 생계가 곤란한 상태였다. 특히 독거노인의 53.6%는 최저 생계비 미만의 수입으로 생계를 부지하고 있었다.

건강 상태도 심각했다. 10명 중 9명이 당뇨 등 1개 이상의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살률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부동의 1위다. 10만명 당 55.5명으로 OECD 평균치의 5.5배에 달한다. 자살의 이유는 절반 이상이 경제적 빈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달리 가난 때문에 극단의 길을 택하는 노인들. 건강한 노인 사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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