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처신
공직자의 처신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6.09.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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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청주 항공단지(MRO) 유치에 실책에 대해 충북도와 경자청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MRO특위를 가동해 사업 실책의 이유를 조사하며 경자청을 조여가고 있고 정치권은 전·현직 지사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도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먼저 이 지사의 책임론을 주장하자 더민주는 정우택 전 지사의 책임 탓을 하며 ‘이 지사 구하기’에 나선 형국이 됐다.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여론의 비난에도 양 쪽은 한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히려 이번 사태를 다음 지방선거까지 몰고갈 태세다.

충북도와 경자청은 MRO사업 대안으로 항공관련 복합산업단지 조성이라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대안은 안중에도 없고 MRO 실책에 대한 책임론만 난무하고 있다.

비난의 중심에 서 있는 전상헌 경자청장의 마음 고생이 가장 심할 것은 짐작이 된다. 사업 실책에 대한 모든 책임의 화살이 전 청장을 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MRO 실책의 책임으로 이 지사에게 도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전 청장 경질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장고 끝에 이를 거부하면서 전 청장이 사태 뒷수습까지 맡게 됐다.

전 청장에 대한 도의원들의 감정이 좋지 않다. 도의회 특위에서 업무보고를 할때는 앉아서 답변하겠다는 요청이 받아 들여지지 않아 1시간 동안 서서 답변하는 벌(?)을 서는 수모를 당했다.

특위가 진행되는 내내 위원들로부터 책임지고 사표를 내라는 압박을 받았다. 현장 조사에서는 정 지사의 원죄론(?)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험악한 분위기만 연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빈자리를 모두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업체와 간담회에서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던진 말이 화를 불렀다. “언론이 지켜보는 자리인 만큼 투자를 할 것이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말은 간담회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 꼴이 됐다.

전 청장은 취임 기간 내내 자신감과 거침없는 태도 때문에 여러차례 곤혹을 치른바 있다.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평소 그의 태도를 못마땅해 한 도의원들이 그를 강하게 몰아부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전 청장은 산업자원부 간부 공무원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하고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경자청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처신은 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전 청장이 사의를 표명하러 기자실에 들렀을 때다. 1분 가량 할 말만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자실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한 공무원이 “전상헌 청장 답다”고 말했다. 그의 평소 처신을 짐작케 했다. 비록 사의를 표명하는 자리였지만 사표가 수리되지는 않았다면 그는 임명직 경자청장으로 공무원 신분이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감정조차 다스리지 못한다면 청장의 자격이 없다. 경자청의 수장이고 도지사를 모시는 입장에서 공무원이 보여야 할 자세는 분명 아니었다. 이 지시사도 이런 전 청장을 잘 알고 있지만 그의 능력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전 청장도 바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믿고 선택해 준 도지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공직자는 자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경솔한 처신이 조직의 얼굴에 먹칠하고 수장을 욕먹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직자는 좁은 의미에서 ‘그들 관계’보다는 넓은 의미에서 ‘우리 관계’에 보다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공직은 곧 넓은 봉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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