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마을
시가 있는 마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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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어 1
박 천 호

정 그러시다면
그래도 못 믿는다 하시면
내 속 전부 보여 드리겠어요.
그대 젓가락 앞에서
바르르 떨리는 몸짓으로
말간 속 열어 보이겠어요.
열 길 물 속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지만
겨울 내내 저수지 물밑에서
남몰래 가슴 졸인 그리움인데
그 기다림에 애간장 타버렸는데
내 마음 알 수 없다니요
도대체 믿을 수 없다니요
그대 앞에 혀 질끈 깨물어
진달래 꽃망울보다 고운
내 속 환히 내보이겠어요.

시집 '강아지풀을 뜯으며'(고두미)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빙어를 먹으며 누굴 생각하고 있는가. 이별하고도 아직은 잊을 수 없다는 옛 애인의 두근거리는 가슴을 만난 것인가. 냉큼 삼키는 목구멍에 날카로운 가시가 걸린다. 그대를 위하여 전부를 내보이고 싶은 생애의 가시다. 사람 마음 다 몰라도 이 말만은 꼭 들어달라는 절규가 애타는 비원이다. 가끔 온몸으로 자신을 증명하던 지난 꿈들의 언어에는, 얼음처럼 차갑고 투명한 손이 있는 법. 진달래 꽃망울보다 고운 속을 드러내놓은 목숨에게는 못다 한 얘기가 한 입 씹을 때마다 맑은 피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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