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카멜레온
사회적 카멜레온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6.07.3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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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스물두 번째 이야기는 남양 혜충국사(南陽 慧忠國師)의 또 다른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혜충 국사가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금 설법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한결같음이니 몸 밖에 다른 것이 없느니라.어떤 스님이 말하기를 화상은 어찌하여 거품과 같고 눈홀림 같은 몸을 가지고 법체와 같다고 하십니까?혜충 국사가 말씀하시기를너는 어찌하여 사도에 들어갔느냐?스님이 말하기를 어느 곳이 제가 사도에

들어간 곳입니까?혜충 국사가 말씀하시기를 보지 않았느냐? <금강경>에 만일 빛으로써 불(佛)을 보고 음성으로 佛을 구하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하는 사람이라 능히 여래를 볼 수 없다고 하셨느니라.

남방의 지식들은 신심상이(身心相異), 몸과 마음이 서로 달라서 몸은 생멸하고 마음은 생멸하지 않는 것으로 말했단다. 그러나 6조 혜능 스님이나 혜충 국사는 신심일여(身心一如)라고 하셨다고 한다.

신심일여는 전부생멸(全不生滅)이라는 것. 몸도 생멸하지 않고 마음도 생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것은 범부로서 알기가 쉽지가 않겠다. 반은 생멸하고 반은 생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온전히 생멸하지 않는 것이 바로 身心一如라니…

배가 가니까 언덕이 가는 것으로 보이고 구름이 가니까 달이 가는 것으로 보인다. 기차가 빨리 달리면 철로 가에 있는 전신주가 빠르게 도망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전주는 가만히 있고 기차가 달리는 것이다. 생멸의 마음을 가지고 보기 때문에 생멸로 보이는 것이지 생멸의 마음을 떠난 차원에서 보면 생멸이 아니라는 것. 이런 도리는 <원각경>이나 <화엄경> 등에 나오는 말씀이란다.

생멸심으로 본다면 전부 다 생멸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이겠다. <원각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단다. 생멸의 마음을 가지고 보면 모든 법이 생멸 아닌 것이 없다. 그와 반대로 생멸이 아닌 불생멸의 마음으로 본다면 모든 생멸의 법이 생멸이 아닌 불생멸 즉 진여이란다.

이는 색안경을 쓰고 보면 물체가 색안경에 따라서 보이듯.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이루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드는 것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변한다는 것이겠다.

경무호악(境無好惡)이나 호악인심(好惡因心)이라. 경계는 좋고 나쁜 것이 없으나 좋고 나쁜 것은 마음 때문에 있는 것이다. 외부의 경계나 대상은 좋거나 나쁜 것이 없는데 좋고 나쁜 것은 사람 마음의 기준에 따라서, 사람이 인식을 하는 마음에 인해서 좋고 나쁜 것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즉 원래는 나쁘고 좋은 것이 없는데 우리가 분별과 의식, 지식수준, 인식하는 기준이 나쁜 것으로 정해놓고 또 좋은 것으로 정해놓고 보니까 좋고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겠다.

이와 상반되는 최근에 읽은 사회적 카멜레온에 관한 글 일부를 옮겨본다. 눈 깜박할 사이에 색을 바꾸거나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순식간에 변절하는 것. 남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도 전혀 개의치 않고 권모술수에 능한 것. 사내정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사용 후 버리는, 없어도 되는 불

필요한 장기판의 졸(卒)들…생략

이런 사회적 카멜레온 건성을 누리고자 하거나 누리는 중인 사람은 혜충 국사 말씀 身心一如, 全不生滅 즉생멸심 불생멸의 도리로 경무호악(境無好惡)이나 호악인심(好惡因心)이라.를 이해하려는 사색을 곰곰이 해 봄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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