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의 역량
탁월함의 역량
  • 배경은<충북기독병원 원무과>
  • 승인 2016.07.19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 배경은<충북기독병원 원무과>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TV ‘무한도전’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해서 시청하다가 놀란 적이 있다.

이른바 박명수의 어록 중의 한 구절이 그것이다. [지금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한다]였다.

고3이 되어 불철주야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소위 성적 좋은 딸은 그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고, 현실성이 아직 부족한 중2 아들 역시 인과 관계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은 직업의 상징이 되고 잘 사는 것의 기준이 되는 것 같아 상당히 씁쓸했다.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자본의 논리인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자기 돌봄으로 영혼의 생기 있는 삶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자기 돌봄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균형 있고 영향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와서는 ‘탁월한 삶’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탁월함(아레떼·are

te)이란 자신이 원하는 선한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며 원하지 않는 잘못된 가치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이 내면화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레떼’를 일면적이거나 다면적으로가 아닌 전면적으로 내면화시킬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도 알다시피 내면화는 훈련을 통해서만 생성될 수 있는 힘이다. 친절한 우리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탁월함을 전면적으로 내면화한 삶을 살기 위한 세 가지의 길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첫째 태어날 때부터 탁월하게 태어나서 탁월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인에게 상당히 맞지 않는다. 둘째, 평범하게 태어났으나 특별한 깨달음을 통해 탁월함을 구비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우리에게 많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평범하게 태어나고 특별한 깨달음의 경험도 없지만 하루하루 탁월한 삶인 것처럼 연습하고 실천하며 탁월함에 이르는 길이다. 세 번째 경우가 있어 위로가 된다.

즉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이 있는 수영장에 가야 한다. 수영비디오를 보고 수영의 자세와 호흡법을 잘 안다고 해도 수영을 할 수 있는 탁월함을 위해서는 수영을 직접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탁월함은 삶을 실천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전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한 삶을 자기 안에서 전면적으로 내면화시키는 이유는 행복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때그때 내가 지금 잘살고 있나?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을 하며 어쩔 수 없는 핑계로 자신을 불안한 삶에 방치하지 않고 벗어날 수 있는 결단의 실천적 일상이 쌓이다 보면 결국 아레떼의 삶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삶의 본질은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곳에서 일하며 상대적 박탈감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남들과 비교하는 자본주의적으로 해석된 삶이 아니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일하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선한 일이며, 나의 탁월함을 증명하고 그러므로 행복한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세상의 모든 존엄이 누리는 삶은 하나도 헛되지 않으며 소중한 빛의 공동체가 될 것을 확신한다.

오늘 우리는 탁월함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하고 깨끗한 하루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