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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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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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울린 소녀의 편지
임 성 규 <논산시장>

며칠 전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편지 낭독회 행사가 있었다.

이날 편지 낭독회는 시민이나 학생 등 각계 각층이 시장과 시의원에게 바라는 내용에 대해 답장을 준비해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서로 낭독하고 교환하는 행사였다. 나에게도 1주일 전쯤 4통의 편지가 선관위를 통해서 배달 되었고, 그 중에는 고등학교 여학생인 오모양의 편지도 들어 있었다. 그 학생은 관내 면지역의 건양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지난 놀뫼백일장 때 '코끼리 똥 수첩'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장원을 하기도 했다.

나는 그 때 그 학생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얘기를 하려한다.

그 학생의 오빠가 태국여행을 다녀왔는데 "네가 반장이 된 기념으로 코끼리똥으로 만든 수첩을 사왔다, 반장으로서 각오를 적고 지켰으면 좋겠다"면서 선물을 줬고, 그 학생은 수시로 그 수첩을 펼쳐 보면서 초심을 지키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린학생이 민선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자세를 일깨워 줬다고 할 수 있다.

코끼리 똥 소녀로 기억되는 그 학생이 이번 편지 낭독회 때 또다시 '시장님! 꿈을 조각할 수 있도록 어린아이들에게 조각칼을 쥐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5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 학생의 글을 접하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찡한 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학교 도서관에 책이 부족하니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책을 기증해 주면 좋겠다"며 간절한 목소리로 편지를 낭독했다.

내가 읽을 차례가 돼서 미리 준비한 답장을 읽어 내려갔다. 준비한 답장은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있으니 그 도서관을 이용하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목이 메어 그만 눈물을 주르륵 흘렸으며 더 이상 답장을 읽지 못했다.

자식이 공부를 하겠다며 책을 사 달라고 할 때 집안 살림이 어렵다는 핑계로 이웃집 학생에게 빌려보라고 말하는 부모가 돼 버린 심정이었다.

도시의 아이들은 좋은 교육환경에, 학원이다, 논술이다, 고액 과외를 한다는데 읍내에 나오려면 20가 넘고, 학교가 유일한 지식 체득의 장소임을 알면서도 시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상투적인 대답을 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과외는 못 시켜줄망정 책마저 사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 다리 하나 덜 놓고, 마을 안길 포장 천천히 하자. 이 꿈나무들의 간절한 소원부터 들어주자. 감정을 추스르고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시의원들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이 학생들에게 책 좀 사줍시다" 아니 약속을 했다. 그러고 나니 왠지 가슴이 후련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릴적 책이 읽고 싶어 옆집 부잣집 친구 집에서 책을 빌려다봤던 그 시절이 뇌리를 스친다.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책보다 컴퓨터문화에 더 익숙하다고 한다. 십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보급된 컴퓨터 문화. 요즘아이들이 컴퓨터가 좋다고는 하지만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론은 너무 컴퓨터에만 빠져 있지 말고 책을 가까이하는 청소년들이 됐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 교육은 百年之大計라고 하지 않던가 아마도 이 학생들이 10년이나 20년 뒤쯤이면 다리를 놓은 것보다 더 값지고 훌륭한 인재가 되어 우리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하고 지역 살림도 꾸려 나갈 것이다.

14만 여명을 이끄는 논산시장이 된 지금 나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장차 큰 나무로 성장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아니, 나는 꼭 그렇게 되기를 빌고 또 믿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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